북, 군부대 지원 위해 학생들에 도토리 채집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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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 일부 지역에서 군부대 지원사업이라며 학생들에게 도토리를 채집해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등교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 소위 도토리방학을 주고 수업을 중단시켰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내부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황해남도 은률군의 한 주민소식통은 1일 “최근 우리 군 내 모든 학교들은 소학교 낮은반(저학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도토리 전투에 동원되고 있다”면서 “지난 9월 5일부터 도당의 지시로 군 내 모든 학교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도토리를 수집하는 이른바 도토리 방학을 실시했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9월 5일부터 12일까지 총 7일간 실시된 도토리 방학은 1주일동안 당초의 계획량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어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기한 내에 개인과제를 수행하지 못하자 도당에서는 도토리방학을 10월 10일까지 기한을 연장해주며 무조건 과제달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학년별 과제량은 소학교 4학년과 5학년의 경우 1인당 5kg, 초급 중학교 1학년은 8kg, 2학년은 10kg, 3학년은 12kg, 고급중학교 1학년은 14kg, 2학년은 16kg, 3학년은 18kg이라고”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번에 학생들이 수집해 바치는 도토리는 군부대 산하 식료공장에서 간단한 공정을 거쳐 된장, 간장 담글 콩이 부족한 군부대들에 지원물자로 보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도토리쌀(도토리를 쪄서 말린 후 분쇄한 것)은 메주콩과 1대 1의 비율로 섞어 된장, 간장을 만든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요즘은 어디를 가든 도토리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산에 오르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일부에서는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휴교령까지 내려 진 학교가 학생들을 도토리 줍기에 동원시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 대동군의 한 교육분야 소식통은 같은 날 “우리 군에서는 지난 9월 초부터 현재까지 여맹은 물론 학생들까지 동원되어 도토리 수집이 한창”이라면서 “도당에서 청소년들에게는 학년별로 키로(kg)수를 정해주고, 여맹원들에게는 일괄적으로 5kg의 도토리 쌀을 내라고 지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군 내 모든 학교들은 도토리 방학이라는 명목으로 1주일간 학생들에게 시간을 주었지만 기한 내에 과제를 달성한 학생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학교가 과제를 독촉하며 학생들을 압박하자 일부 가정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도토리 수집에 나서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가 도토리 수집에서 뒤처진 학생들의 가정을 방문해 학부모에게 ‘10월 10일(당 창건 기념일)까지는 도토리가 없으면 메주콩이나 돈으로 무조건 대체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면서 “메주콩 1kg을 내면 도토리 2kg이 면제되며 현금으로 낼 경우 (1)kg당 1700원씩 계산해서 내게끔 되어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어린아이들과 노인들까지 동원된 이번 도토리 수집과제에는 ‘전 인민적 운동, 전 군중적 운동’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면서 “그러나 학부모들은 요즘처럼 생계가 어려운 시기에 여맹에 내는 것도 버거운데, 등교도 하지 않는 아이 몫까지 내는 것이 전 인민적 운동이냐며 이번 도토리과제에 강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