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큰사전, 여기서 중단하긴 너무 아깝다”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6.11.08
hanyongun-620.jpg 한용운 편찬실장.
사진-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제공

앵커: 남북한 언어 차이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하죠. 남한 전문가가 전문 용어 10개를 사용하면, 북측 전문가는 이중 겨우 3개밖에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남북이 지난 2005년부터 사전을 함께 편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악화되다보니 사전 편찬을 위한 양측의 교류도 지난해 5월 이후 끊어진 상태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한용운 편찬실장을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만났습니다.

박성우: 한용운 편집실장님,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용운: 감사합니다.

박성우: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들을 위해서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어떤 조직인지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한용운: 남북이 분단된 지 70여년이 지나면서 언어 차이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남쪽과 북쪽의 사전 편찬가들이 통일을 함께 대비하는 사전을 만들 필요가 있겠다, 어휘의 이질화를 극복할 필요가 있겠다는 관점에서 만든 단체입니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북쪽에서는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사전편찬실에서 주로 사전만 만드셨던 분들이, 남쪽에서는 사전편찬 경력이 있는 분들과 국립국어원이 함께 남쪽 단체를 만들어서, 남북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2005년 2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위원회가 생겼는데, 그때가 사업의 시작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지난주 실장님께서 참석하신 학술토론회가 하나 있었죠. 거기서 발표하신 내용이 남측 언론에도 많이 보도돼서 남한 사람들도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요. 말씀하셨던 내용이 이런 겁니다. 남측 전문가가 10개 정도의 전문어를 언급하면 북측 전문가는 그 중에서 3개밖에 못 알아듣는다는 거죠. 좀 더 설명해 주시죠.

한용운: 남북 사전을 비교했습니다. 사전에 나오는 전문 용어들을 분야별로 비교해봤을 때, 예를 들면 역사나 한의학 쪽은 일치율이 좀 높고, 경제나 기계 쪽은 일치율이 굉장히 낮았습니다. 그 이유는 기계나 의학 쪽은 그 용어를 북쪽은 러시아에서 받아들이고 남쪽은 영어권이나 유럽권 또는 일본에서 받아들이기 때문이지 않나 싶고요. 외래어가 들어오면 북쪽 같은 경우는 고유어로 순화를 많이 시키죠. 반면에 남쪽에서는 외래어가 들어오면 그것을 순화하지 않고 그대로 써 버리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골키퍼’라는 단어를 북쪽에서는 ‘문지기’라고 순화시키는 반면, 남쪽에서는 ‘골키퍼’ 그대로 쓰는 거죠. 북쪽은 ‘11미터 벌차기’라고 순화하고, 남쪽은 ‘페널티 킥’이라고 그대로 쓰는 데서 차이가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성우: 두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남북 간 언어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건데, 더 궁금한 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냐는 거죠. 어찌 보시는지요? 그리고 만약 더 심해진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용운: (남북이) 못 만나면 더 심해지겠죠. 일단 만나야 서로의 차이를 알 수 있게 되고, 그래야 관심도 생길 것이고, 그래서 상대를 만날 때 ‘이 용어를 써야 하는구나’ 이런 식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인데, 서로 만나지 못하면 그럴 수 없는 거죠. 이질화는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일단 교류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우: 남북 교류를 재개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신데요. 제가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니 2019년에 사전을 출판할 예정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북측과 전혀 교류가 없는 상태라서 진척이 힘들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올들어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요?

한용운: 대략 74% 진행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전에 올릴 표제어(올림말)를 다 뽑았고요. 그것에 대해서 각 측이 분담해서 집필했습니다. 이제 이를 상호 교차검토하게 됩니다. 남북이 함께 만나서 회의할 때 교차 검토한 걸 합의하게 됩니다. 각 측이 맡은 집필은 어느정도 됐는데, 교차 검토한 것을 갖고 합의를 하면 되는데, 그 단계에서 막힌 거죠. 예전에 이명박 대통령 때도 4년 6개월 정도 회의가 중단됐습니다. 당시는 집필 단계였으니까 각 측이 못 만나더라도 원고를 집필하며 기다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각각의 집필이 완료된 상태이고, 이를 만나서 합의해야 하는 단계라서 진척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단은 남북이 분담한 일이 있기 때문에 교정 교열 작업을 자체적으로 좀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사전을 편찬하려면 남북이 만나야 합니다. 만나서 상대측 원고에 대해서 합의하는 일이 필요하죠. 왜냐면 함께 만들어서 함께 보자는 게 이 사전의 의의이기 때문입니다.

박성우: 2019년이 출판 예정 시점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추측하건대, 이때까지만 국가 예산이 지원되는 것 같은데요. (한용운: 맞습니다) 그렇다면 2019년까지 이 사업을 끝내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한용운: 그건 우리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여기서 중단하긴 너무 아깝죠. 어렵게 합의해서 편찬을 시작했고요. 최초의 목적과 의의에 맞게 사전을 반드시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업 종료 시점은 2019년 4월까지이지만, 이게 사전편찬 내적인 이유로 중단된 게 아니고, 남북관계 등 외적인 이유로 중단된 상황이라서, 아마도 이는 국민들께서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긍정적으로 일을 계속하고 있으면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우: 남북관계가 좀 잘 풀려서 예정대로 겨레말큰사전 사업이 잘 끝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한용운 편찬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한용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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