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이 지난해 9월부터 새 공민증(남한의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고 있다고 남한의 북한 전문 인터넷 신문인 'The Daily NK'가 중국에서 입수해 3일 보도했습니다. 동 신문의 박인호 기자는 '북한당국의 새 공민증 발급은 완화된 사회체제를 재정비하는 일환으로 분석된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회견에는 RFA 서울지국의 이현기 기자입니다.
북한당국이 지난 1998년과 1999년 대량 아사자와 증가하는 탈북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공민증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또다시 새 공민증을 발급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박인호: 5년 만에 북한 인민보안성이 새로 발급한 공민증이 저희 데일리 NK 중국특파원에 의해 3일 입수됐습니다. 새로운 공민증은 지난 2003년 초부터 발급된다는 소문이 탈북자들 사이에 있었는데, 북한당국의 예산부족과 인구조사사업의 부진 등을 이유로 미루어 오다 2004년 9월부터 실제 발급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현재 도급단위 즉 대도시부터 시작되고 있으며 군급 이하 지방은 아직 실시를 미루고 있는 곳도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평양시민에게는 ‘시민증’을, 평양시 이외의 거주자들에겐 ‘공민증’을 각각 발급해 왔습니다.
지금 발급되고 있는 새 공민증은 어떤 내용들을 기록하도록 되어 있습니까?

박: 새 공민증은 앞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장과 ‘인민보안성’이라는 발급기관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뒷면에는 좌측에 사진이 자리를 잡고 있고 우측에는 이름, 남녀별(성별), 난 날(출생일), 민족별(조선사람인지 외국사람인지 구별), 난 곳(출생지), 사는 곳(현 거주지), 결혼관계 등의 인적사항이 기록되도록 폼이 짜여져 있습니다. 가장 아래쪽에는 공민증 발급번호, 발급 날짜, 혈액형 등이 기록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남한의 주민등록과는 어떤 다른 점이 있습니까?
박: 남한의 주민등록증과 가장 크게 다르다고 보여지는 게 ‘민족별’과 ‘피형(혈액형)’ 기재난이 마련돼 있습니다. 북한은 ‘시민증’과 ‘공민증’을 구별하여 평양시민 외의 주민에게 평양 시 출입을 차별하고 있는데, '민족별'을 표기함으로써 화교나 재일교포들의 신분에 대한 공시(公示)까지 제도화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른바 북한의 거주자들은 '평양시민-지방공민-외국인' 이라는 3단계 등급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몇 살 때부터 공민증을 발급 받는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까?
박: 북한의 공민증은 인민보안성(구사회안전부)에서 만17세가 되는 주민에게 발급이 됩니다. 고등중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해당 분주소(파출소)의 공민등록과에서 자신의 공민증을 발급받습니다. 국가배급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민증’의 가치가 과거와 같지는 않지만 이동이나 여행에 있어서는 공민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공통된 증언입니다.
북한이 왜 이번에 새 공민증을 발급한 것 같습니까?
박: 일단은 새 공민증 발급하는 게 ‘정기적인 인구조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민들의 이동성을 일정하게 차단하면서 주민관리 체제를 정비하려는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지켜봐야 될 것 같구요. 어쨌든 90년대에서 2000대로 넘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고 숫자로 파악되지 않는 주민들이 중국으로 넘어 갔지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주민들의 인구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가구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 이런 것들을 재정비하고 재조사하는 것이 북한당국에게는 필요했을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