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 중국이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열기로 31일 합의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러나 6자회담이 다시 열려도 대북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중국. 북한 세 나라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비공식 회담을 갖고, 빠른 시일내에 6자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6자회담 수석 대표는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1월이나 12월에 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회담 복귀와 관련해 전제 조건을 요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합의한 데는 국제사회의 전 방위적 압박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의 돈 오버도퍼 한미연구소 소장은 3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할수록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지고 유엔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대외교역이 마비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회담 복귀를 통해 이를 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Oberdorfer: I think they probably saw this is a way in which they could ease some of that.
미국의 민간 연구소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이를 비켜나갈 전술적인 판단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6자회담 복귀를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금유제재를 거둬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버린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그러나 6자회담이 다시 열려도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Flake: I don't anticipate there will be a fundamental change in the direction of US policy.
북한과 핵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에는 임하지만, 북한이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한 데 따르는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거래를 막기 위해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을 검문검색하는 문제는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플레이크 소장은 내다봤습니다. 선박 검문검색이 실제로 실시될 경우 북한이 이를 빌미로 6자회담을 다시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버도퍼 교수도 북한의 회담 복귀와 상관없이 미국의 대북 금융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최근에 미국 행정부 관리들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금융조치에 있어서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앞으로 재개될 6자회담의 전망에 대해 두 전문가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오버도퍼 교수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미국과 북한이 직접 만나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이전 회담보다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Oberdorfer: The fact that they're going to have talks, if they're not much successful than the previous rounds of talks, it's not going to mean much.
북한의 핵포기와 그에 따른 혜택에 있어서 어느 쪽이 얼마만큼 먼저 움직이느냐가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이미 핵실험까지 한 마당에 북한 군부가 핵을 포기하는데 동의할 가능성은 훨씬 더 적어졌다는 겁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자처하면서 새로운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핵실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의 비핵화를 약속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봐서, 미국도 남한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거두라는 요구를 북한이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