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나쁜 영향을 미치는 국가 Q/A

워싱턴-허형석 huhh@rfa.org
2010.06.29
북한은 영국 공영 방송인 BBC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전 세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국가’ 4위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 사람이 북한을 이렇게 나쁜 나라로 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권 탄압, 가난한 국가, 핵 실험, 권력 세습, 전제 통치, 일인 독재 등과 같은 부정적 요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BBC 여론 조사에서 북한이 나쁜 영향을 미치는 국가 순위에서 세계 4위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것이 무슨 내용인지부터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BBC는 4월 하순 ‘세계에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미치는 나라’에 관한 여론을 조사해서 그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북한은 나쁜 영향을 미치는 나라로 4위를 차지했습니다. BBC는 세계 28개국 2만9천 명을 상대로 조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좋지 않은 이미지가 나온 요인으로는 권력 세습, 인권 탄압, 일인 독재, 전제 체제, 가난과 기아, 국가 테러 등을 꼽을 수가 있습니다. 북한은 더구나 지난해 5월 국제 사회의 만류를 뿌리치고 핵 실험을 강행했고 올해 3월엔 한국 해군 함정인 천안함을 폭침시켜 장병 46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이미지는 더욱더 나빠졌습니다. 북한과 함께 나쁜 영향을 미치는 나라는 1위 이란, 2위 파키스탄, 3위 이스라엘이 꼽혔습니다. 네 나라의 공통적인 특징은 핵무기와 관련이 있고 군사적으로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는 데 있습니다. 반면 좋은 영향을 미치는 나라는 1위 독일, 2위 일본, 3위 영국, 4위 캐나다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북한이 이처럼 부정적인 모습을 얻는 데 어떤 요인이 특히 작용을 했나요?

기자: 인권 탄압과 일인 독재, 개인 우상화, 가난과 굶주림 등으로 보입니다. 여러 요인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인 독재가 모든 요인의 근원입니다. 일인 독재를 유지하려니 인권 탄압, 개인 우상화로 나갈 수밖에 없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갈 수 없어 빈곤의 악순환에서 탈피하지 못합니다. 위에 열거한 요인이 악순환에 악순환을 거듭할 뿐입니다. 핵무기의 개발도 알고보면 일인 독재와 대남 적화를 위해서 내놓은 정책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은 전 세계 인민의 눈에는 여러 측면에서 몹시 부정적인 국가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이 일인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기자: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공포의 일상화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북한의 지도부는 인민이 처음부터 정권에 항거하지 못하도록 공포심을 심습니다. 전국 곳곳에 정치범 수용소를 설치하고 인권을 가차 없이 탄압함으로써 항거의 싹을 처음부터 잘라버립니다. 만약 항거하는 인민이 있으면 그 사람을 무자비하게 처벌하고 또 그 처벌을 공개해 인민에게 공포의 마음을 심어 놓습니다. 그러니 북한에서는 인민이 어지간해서는 정권에 항거할 꿈도 꾸지 못할 정도입니다. 사례를 들자면 90년대 후반 엄청난 수의 사람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 시대에도 북한에서는 항거가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북한 인민은 상상을 초월하는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공포를 느낍니다. 공포의 일상화는 정권 유지의 핵심입니다.

앵커: 북한 정권은 공포의 일상화를 인민에게 심기 위해서 어떤 방안을 실시하고 있습니까?

기자: 인민이 서로 완벽하게 감시하고 고발하는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고도의 일인 독재를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이 상호 감시 체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 북한 인민은 24시간 국가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직장에서 가정까지 물샐틈 없는 감시망이 펼쳐져 있습니다. 탈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은 이 같은 감시망 때문에 서로 믿지를 못하는 사회가 됐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정권은 공안기관 간의 충성 경쟁을 유도해서 공포의 일상화를 펼칩니다. 북한 지도부는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를 비롯한 공안기관을 서로 견제/감시함으로써 체제 안정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 공안기관들이 인정을 받으려 서로 경쟁해 인민을 탄압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체제 안정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구소련, 동구권처럼 체제 붕괴로 가지 않는 이유는 이 감시 기관들의 기여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막상 북한 인민은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모른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사례를 들어주시겠습니까?

기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외국의 소식을 알 수 있는 통로를 모두 막는 바람에 인민이 북한의 실상을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조선일보가 6월 19일 전한 바를 보면 체코 여성 감독이 북한의 실상을 다룬 97분 짜리 영화 ‘웰 컴 투 북한’을 만들었습니다. 이 감독은 “체코도 공산국가였지만 오스트리아 방송을 들을 수 있었고 구동독도 서독의 문화를 접했다”면서 “과거 우리는 문제점을 알았지만 북한 주민들은 뭐가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고 제작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인민이 외부의 소식을 잘 몰라서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안은 북한이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은 없습니까?

기자: 문제는 간단합니다. 북한 지도부가 개혁/개방의 길로 나가면 됩니다. 사회주의의 간판을 달고도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는 중국과 베트남입니다. 북한도 이런 사례를 귀감으로 삼아서 인민 복지의 향상을 꾀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개혁/개방이 김 위원장의 일인 독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개혁/개방의 길과 김 위원장의 일인 독재는 양립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도 개혁/개방이 좋다는 점을 압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그런 길을 걸을 경우 권좌에서 내려와야만 하기 때문에 그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달리는 호랑이 위에 앉아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앵커: 외국 북한 전문가의 눈에 북한은 과연 어떤 국가로 보이는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미국 남가주대학(USC)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강 박사는 북한의 전망에 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습니다. 6월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강 박사는 “북한 정권이 종말의 시작점에 와 있을지 모른다고 본다”면서 “모든 여건을 감안하면 북한은 과거에 비해서 훨씬 취약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강 박사는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간다면 정권의 힘을 취약하게 만든다”라고 김 위원장이 일인 독재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일인 독재를 고집하는 상황에서 ‘나쁜 나라’라는 이미지를 달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BBC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북한은 나쁜 영향을 미치는 국가’라는 이미지에 관해서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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