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경제특구 개발 조짐 보여”


2006.02.21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뒤 신의주가 경제특구로 개발될 것이란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오는 4월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아 신의주가 특구로 개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002년에도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개발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섣불리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김연호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신의주가 경제특구로 새 출발을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우선 주민들이 물갈이되고 있습니다. 북한과 무역사업을 하는 중국 업자들이 남한 언론에 전한 바에 따르면, 신의주 주민들 일부는 당국의 명령을 받아 집을 떠나고 있고, 이들이 떠난 자리를 평양을 비롯한 다른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메우고 있습니다.

또 신의주 시 보안서는 인민반장들에게 별도로 지시해서 무직자와 불량자들도 솎아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경제특구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입니다. 이밖에도 중앙기관 산하의 외화벌이 단체들이 신의주에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인민무력부와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의 무역기관들이 신의주에 지사를 열어서 수완 있는 현지인들을 채용하고 있고, 중국측 무역업자를 잡기 위해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도 찾고 있습니다. 또 북한당국은 신의주에 있는 평안북도 행정기관을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당히 눈에 띄는 변화인데, 신의주 경제에는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보도에 따르면 시내 중심가의 집값이 벌써부터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행정적으로는 국가 소유지만, 명의변경 형식으로 집들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데요, 중심가 5.1거리의 아파트는 3천만원 내외, 미화로는 약 1만 달러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하루 네 시간 전기공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평안북도 지방은 신의주를 제외하고는 전기가 거의 공급되지 않고 있는데 비하면,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 중국이 뒤에서 강력히 밀고 있다는 설이 있지 않습니까?

사실 신의주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경제특구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국의 양해와 협력이 있어야 합니다. 소식통들은 신의주 특구 개발을 위해 중국이 북측에 전력과 에너지 등을 제공하기로 했고, 호텔을 세우는데도 대대적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 대가로 신의주를 통해 북한의 지하자원을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홍콩출신 사업가 치앤하오민이 신의주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는 홍콩의 시사잡지 ‘아주주간’의 보도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 잡지에 따르면 치앤하오민은 북한과 중국 양쪽의 신임을 등에 업고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과 철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뒤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중국측으로부터 신의주와 관련된 언질을 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오는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신의주가 특구로 개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에도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개발하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북한은 당시 신의주 일대를 특별 행정구역으로 지정하고 초대 행정장관에 중국 어우야 그룹의 양빈 회장을 임명했습니다. 그러나 양빈 회장이 탈세혐의로 중국당국에 사법처리되는 바람에 신의주는 투자나 개발이 거의 중단돼 왔습니다.

당시 중국은 중국과 인접한 지역에 경제특구를 세운다는 북한의 계획에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경험에 비춰볼 때 최근 신의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특구개발과 연결시키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연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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