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목록 신고 미국 추정 수준에 부합해야" - 로버트 갈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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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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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갈루치(Robert Gallucci) 전 국무부 차관보 - RFA PHOTO/양성원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로 북한 핵문제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94년 미북 제네바 핵합의 당시 미국 측 협상대표를 맡았던 로버트 갈루치(Robert Gallucci) 전 국무부 차관보는 1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앞으로 북한의 모든 핵개발 목록 신고가 향후 6자회담 진전의 핵심 관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신고 내용이 미국의 추정 수준에 부합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의 신고수준이 미국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Robert Gallucci: (We have an estimate how much plutonium that the North Korea has. (Yang) About 50 KG or something? (Gallucci) More or less 50 is good round number. Suppose North Koreans declare 25 KG...)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얼마정도 보유하고 있는지 추정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 50 킬로그램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만일 북한이 25킬로그램만 있다고 신고하는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큰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현재 미국 조지타운대학 외교대학원 학장으로 있는 갈루치 전 차관보는 1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북한이 앞으로 핵개발 목록을 신고할 때 이것이 미국의 추정치에 ‘부합하는’(compatible and consistent) 수준이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과거 핵물질 생산과 관련한 기술적 분석 자료를 가지고 있는 만큼 특히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의 양에 대한 정확한 신고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개발 수준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솔직히 털어놓아야 한다면서, 미국 측은 나름대로의 추정치와 북한의 신고 수준이 일정 수준 부합해야만 북한의 말을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파키스탄 정부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등 관련 장비를 북한 측에 제공했다고 밝힌 만큼 이를 통해 북한이 그동안 만든 관련 장비 등을 모두 밝히고 이를 수출하거나 폐기하는 데 동의할 지 여부가 앞으로 6자회담 2.13합의 2단계 협상과정의 핵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유럽의회의 글린 포드(Glyn Ford) 의원도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핵시설 폐쇄 후 6자회담 진전의 관건은 북한의 핵목록 신고를 미국이 그대로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던 바 있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어 미국과 북한의 수교 전망에 대해 현재 북한 정권의 성격과 미국이 추구하는 기본 가치를 따져볼 때 미국이 과연 진정으로 현 북한 김정일 정권과 정상적인 관계를 수립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Robert Gallucci: (Genuine normal relationship with North Korea, with that regime as it is, is going to be politically difficult for the U.S...)

"현재 북한 정권과 미국이 진정으로 정상적인 관계를 맺기는 정치적으로 힘들 것으로 봅니다. 미국은 앞으로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어 기존의 정전협정을 대체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북미 관계가 조금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북한이 비민주국가라는 점, 또 인권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이 근본적으로 문제란 것입니다.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일부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정치적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해서는 기대수준을 현실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또 미국이 북한을 절대로 핵을 보유한 인도와 같이 대할 수 없다면서 핵보유 북한과의 미국의 수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또 이번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6자회담을 통한 다자적 접근책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6자회담 내 북한과 미국의 양자협의의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과거 5년여 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한 미국 부시 행정부의 태도가 북한과 그 주변 국가, 또 미국 스스로에게도 많은 비용을 치르게 했다면서 부시 행정부 들어 북한과의 제네바 핵합의가 파기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