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공안당국, 탈북자 가족들 협박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0.12.22
guard_post_305 북한 공안당국이 탈북자 가족들을 불러놓고 공갈 협박하거나 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북한군 초소와 초병.
AFP PHOTO
북한 공안당국이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발생하고 있는 대량 탈북을 막기 위해 탈북자 가족들을 불러놓고 공갈 협박하거나 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도에 정영기자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박정철(가명. 32세) 씨는 최근 함경북도 국경지역에 살고 있는 자신의 가족들이 국가안전보위부에 불려가 공개협박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박 씨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회령시 강안동 보위부 지도원이 자기 가족에게 “당신의 동생이 남조선에 도주했는데,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지 다 안다”면서 “절대 전화하지 말고 도주하지도 말라”고 협박했다는 것 입니다.

“한국에 가서 서울에 사는 것 안다, 대전에 가있는 것 안다면서 위협을 하더래요. 이번에 탈북행위에 대해서는 추호도 용서 없다, 절대 그런 생각하지 말라, 절대 도주하지 말라는 것 이러면서 담화가 있었대요”

박씨는 “북한 보위부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주소까지 다 알고 있다”는 가족의 말을 듣고, “속이 불안해 며칠째 잠을 자지 못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북한 보위부가 ‘담화’ 형식으로 탈북자 가족들을 만나고 있는데, 박 씨에 따르면 현재 회령시만 해도 수십 세대의 탈북자 가족들이 같은 내용으로 협박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부산에 살고 있는 김선옥(가명. 28세) 씨도 얼마 전 “북한 가족들과 연락했는데, 보위원이 ‘언제 동생한데서 돈을 받았는가, 전화는 언제 했는가’며 조사를 했다”고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가 탈북자 가족들의 전화통화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는 것입니다. 보위원들은 “우리 당의 관대정책에 의해 (탈북자와 연락한 사실을)다 용서해주겠으니 자수하라, 만약 걸리면 용서없다”고 으름장을 놨다는 것입니다.

보위부의 이러한 꼬임 수에 넘어간 일부 가족들이 사실대로 털어놓았지만, 용서는커녕 바로 보위부 예심과에 끌려가 문초를 받았다는 게 김 씨의 설명입니다.

김 씨 가족의 이웃집에 살고 있는 한 탈북자의 할머니가 보위부 ‘담화’에서 “한 달 전에 아들한테서 돈을 받아 겨울용 석탄을 좀 샀다”는 말을 했는데, 바로 끌려갔다고 김선옥 씨는 덧붙였습니다.

북한 보위부가 탈북자 가족 협박에 나선 것은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과 가족들이 연락하는 과정에 북한 내부정보가 샌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발표되기 전부터 북한 내부에서 벌어진 후계작업들이 외부에 노출되고, 또 최근 들어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탈북자 가족들을 통해 빠져나간다고 본 북한 당국이 협박을 해서라도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들어 대량 탈북 사태를 막기 위한 방비책으로도 풀이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북한 장마당에서 쌀 1kg이 1천800원을 웃도는 등 생활고를 참지 못해 탈북을 시도하는 주민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22일 “지난 19일 부터 21일 사이 중국의 대련 한국인상회(다롄 한인회)로 ‘일가족을 포함해 30~40명이 넘어왔는데 한국으로 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탈북자들의 전화가 잇따랐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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