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철도시험 운행 미루기 작전
2006.03.01
남북한이 지난 2월말 11차 철도도로 연결 실무 접촉에서 철도 시험운행 일정을 잡는데 합의 하지 못한 것은 북측이 이 카드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 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희망하는 6월 열차방북 성사와도 연계되어 있어 더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원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남한 당국이 이번 개성에서 열렸던 경의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실무접촉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보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남한 정부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도로가 이미 완공 되었는데도 시험운행과 개통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지니는 상징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철도도로 개통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남북 서로간의 경제적 이득도 있지만 남북 간 신뢰 구축에 진전이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다 올해 남북협력기금이 처음으로 1조원이 넘어 이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따라야 하는데 남북 신뢰구축 없이는 1조원이 넘는 남북 협력기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북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남한 언론이 전했습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6월에 열차를 타고 방북을 희망했던 것도 큰 관심사의 하나였죠?
그렇습니다. 김 대중 전 대통령이 6월에 열차를 이용해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남측은 이번 실무접촉을 통해 3월중 열차 시험운행이 이루어지도록 주력 했고 조기 개통을 목표로 일정을 잡기위해 노력했지만 북측이 난색을 표시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김 전대통의 방북계획에 차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이번에 남, 북한이 철도시험 운행에 합의에 실패한 것은 무슨 이유입니까?
이번 접촉에서 북한은 역 구내 노반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추가로 자재와 장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남한 정부가 열차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추가 자재에 대해서는 지원한다는 입장이라 이런 요구로 인해 합의가 실패한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또 북측은 지난해 7월 철도도로 연결 실무 협의회 5차 접촉에서 철도종업원의 살림집 건설과 철도연결구간 북측 구역의 전철화 공사를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북측이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려는 전술적 계산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기도 했습니다. 북측은 그 후 이런 요구는 다시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면 북한은 철도도로 시험운행과 개통 날자를 잡는데 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요?
북측은 지난해 7월 남측에 신발 6천만 켤레, 비누 2만 톤, 그리고 의류 만 톤 어치의 원자내재를 요청 했습니다. 이 원자재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700억 원에서 2천 억 원에 이르는데 남한 정부는 북측 요구량의 10분의 1 수준인 200억 원 어치 이상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철도시험 운행 이라는 카드를 경공업 원자재를 비롯해 받을 수 있는 가짓수를 늘리는데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는 북측이 철도도로 개통을 개별 사안이 아닌 남북관계 큰 틀 속에서 다각적으로 접근할 대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그러면 남북한은 앞으로 언제 또 이 문제를 협의 하게 됩니까?
앞서 남북은 2004년 제9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그해 10월 철도시험 운행을 하고 2005년에 개통식을 갖자고 합의 한데 이어, 지난해 7월 경협위에서 군사적 보장 조치가 마련되면 그해 10월 열차 시험운행을 거쳐 연내 철도 개통식을 갖기로 다시 합의 했지만 모두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접촉에서도 남북은 조속한 시일 내에 시험운행 시기를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이원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