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WFP· 구호단체 철수 명령 Q/A]

북한이 최근 유엔의 세계식량계획 (WFP) 요원들과 미국의 비정부 구호단체들에 철수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에 식량을 원조하는 사업이 차질을 빚어, 북한 주민의 식량 사정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 시간에는 이에 대한 세계식량계획, 구호단체, 전문가들의 입장과 전망을 짚어봅니다.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09.03.17
장명화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MC: 장명화 기자, 식량 지원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이번에 갑작스런 조치를 했는데요.

장명화: 네.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 (FT)의 17일 자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세계식량계획 요원들에게 이달 안으로 북한을 떠나라고 명령했습니다. 따라서 이 요원들이 3월 이후부터 식량 배급을 할 수 없을 거라는 내용을 미국 측에 통보했습니다.

또 현재 북한에서 식량을 배급하는 월드 비전, 머시 코 등 미국의 비정부 구호단체들에도 이달 안으로 북한에서 철수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식량 지원과는 상관없는 유진 벨, 월드 케어 (World Care)같은 미국 비정부 단체들의 방북 허가도 취소한다고 미국 측에 통보했습니다.

MC: 북한 당국이 왜 이 같은 조치를 내렸습니까?

장명화:
미국 정부는 북한에 지원하는 식량을 배급하는 국제 요원 가운데,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인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줄곧 요구해왔습니다. 이번 조치는 이에 대한 북한 측의 노골적인 불만 표출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정부가 이런 요구를 일방적으로 해온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총 50만 톤 분량의 식량을 북한에 제공하기로 하면서, 세계식량계획과 미국 비정부 구호단체 요원들 가운데 한국어 사용자를 배치한다는 협상안을 북한 정부에 제의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당시 이례적으로 이 조건이 포함된 협상안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합의를 번복하면서, 현재 미국은 식량 선적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MC:
한국어를 구사하는 요원 수를 포함해 미국 측의 요구는 정확히 뭡니까?

장명화:
크게 세 가집니다. 첫째, 미국은 북한에 있는 세계식량계획의 국제 요원 59명 가운데 한국어를 하는 요원이 적어도 12명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합의안에는 그 수가 ‘무제한 (unlimited)'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에 있는 세계식량계획의 요원 가운데 단지 3명만이 한국어를 할 수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측이 한국어를 하는 요원을 추가로 채용했지만, 북한 당국이 이들에게 입국사증을 발급하지 않아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 합의안에 포함된 대로, 국제 요원들이 북한에서 영양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는 겁니다. 셋째, 북한 당국이 국제 요원의 임의적 감시 (random checks)를 수차례에 걸쳐 막았는데, 이같이 합의안에 저촉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겁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북한의 협의가 잘된다 해도, 앞으로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MC:
세계식량계획은 구호 물량의 감소로 이미 일부 요원을 북한에서 철수시키는 한편, 지역 사무소도 폐쇄하고 있는데요, WFP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제가 세계식량계획 아시아사무국의 폴 리슬리 대변인과 17일 통화했는데요, 북한에서 철수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지금으로선 말해 줄 수 없다면서, 다만 세계식량계획은 심각한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북한에서 인도적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현재 로마 본부, 평양사무소 측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MC: 미국 정부가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식량 50만 톤 중 10만 톤의 분배를 책임진 머시 코, 월드 비전, 글로벌 리소스 서비스, 사마리탄즈 퍼스, ‘조선의 기독교 친구들’ 등도 철수하라는 이야기인데요, 이들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미국 비정부 구호단체의 대표 격인 머시 코의 조이 포텔라 공보국장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 (RFA)에 구호 단체들은 식량을 분배할 때 북한 당국의 전례 없는 (unprecedented) 협조로 원활한 감시 활동을 벌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가 미국 정부를 통해 구호단체들이 지원 사업이 완료되는 6월 이전에 북한을 떠나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와 북한 정부가 아직 협의를 끝내지 않은 만큼, 남아있는 식량을 끝까지 다 분배하고, 정규적으로 감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미국과 북한 간의 협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당초 계획대로 6월까지 사업이 지속하기를 희망했습니다. 참고로, 구호 단체들은 지금까지 북한에 71,000 톤의 식량을 전달했습니다.

MC: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 전개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장명화:
미국 내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북한의 협의가 잘된다 해도, 앞으로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세계식량계획에 주기로 약속한 40만 톤 가운데, 지금까지 대략 9만 5천 톤이 북한에 지원됐는데요, 나머지 30만 5천 톤을 구호 단체를 통해 분배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고 합니다. 왜냐면, 구호 단체들의 경우, 모두 16명의 요원 가운데 6명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북한 당국과 협상할 때 훨씬 효과적으로 문제를 처리해 온 점이 높이 평가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 박사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세계식량계획이 (분배) 감시 기준을 놓고 북한 측과 협상하는 데 별로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less diligent), 이 때문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지원 사업을 벌였던 구호 단체까지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세계식량계획 측이 정해진 감시 기준을 지키지 못하자 식량 지원을 거부했는데, 북한 당국은 이렇게 됐든 저렇게 됐든 원하는 식량지원을 받지 못하자, 무척 화가 났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제가 접촉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정부와 세계식량계획의 관계가 별로 좋지 않다고 전하더군요.

MC: 네. 장명화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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