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제금융기구 가입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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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권오규 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서 회원국들에게 북한의 빈곤퇴치와 고립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촉구하며 북한이 이 기구에 가입하는 게 필요하다는 뜻을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반대, 그리고 가입에 따른 의무사항 이행 문제로 인해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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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남한의 권오규 재정경제부 장관 - AFP PHOTO / TOSHIFUMI KITAMURA

남한의 권오규 부총리는 7일 일본에서 폐막한 아시아개발은행 제40차 연례총회에서 북한의 빈곤문제와 고립은 또 다른 위험요인이라면서 이 기구의 회원국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권 부총리는 특히 아시아 개발은행은 미래 어느 시점에 가서 북한의 경제 개혁과 개방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권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의 회원국 가입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아시아개발은행, 나아가 다른 국제금융기관에 가입하기는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북한 경제 전문가 마커스 놀란드(Marcus Noland) 선임연구원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우선, 미국과 일본 등 주요 회원국들의 반대를 꼽았습니다.

Noland: (It's the current policy of the US and Japan to oppose N. Korean membership in these organizations...)

"북한이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아시아개발 은행에 가입하는 데 반대하는 것이 현 미국과 일본의 정책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명단에 올려져 있는 이상, 미국은 법적으로 북한의 가입이나 북한에 대한 융자에 찬성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납치문제를 이유로 북한의 가입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에서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총재의 수석자문관을 지내면서 북한경제를 담당했던 브래들리 뱁슨 (Bradley Babson)씨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어야 북한의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Babson: (Neither the US nor Japan are ready to do that until they are until farther down the nuclear road.)

"미국이나 일본은 북한과의 핵 협상이 더 진전을 이루기 전까지 북한의 가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핵무장 해제를 위한 당근(carrot), 즉 보상으로 사용하기 위해 남겨두고 있습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특히 이런 정치적 문제 말고도 북한이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따른 의무사항을 지킬 용의가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습니다.

Noland: (The experience of these organizations in the past is that while N. Korea was interested in obtaining loans on concessional terms...)

"북한은 과거에 이들 기관으로부터 융자를 받는 데는 관심이 있었지만, 이에 따른 투명성, 개방 등 의무를 지킬 용의는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이 북한에 조사단을 파견했는데요, 북한 당국은 당장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장 흥미를 잃었다고 합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그러나 앞으로 여건이 갖춰진다면, 북한이 국제금융기관 가운데 아시아개발은행에 가입하는 것은 좀 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Noland: (It's possible for N. Korea to be able to join the ADB even though it's not a member of the World Bank or IMF.)

"북한이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의 회원이 되지 않더라도 아시아개발은행에는 가입할 수가 있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보다 가입 기준이 덜 까다롭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특히 세계은행과 일종의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북한이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에 가입하기 전에, 북한에 지원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겠죠."

그런데 북한은 지난 97년 4월과 2000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아시아개발은행 가입하는 것을 신청했지만, 역시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회원국들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거절을 당했습니다.

워싱턴-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