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식량지원, 북 식량상황에 결정적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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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핵 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지원 부족으로, 북한에 올봄 또다시 극심한 식량부족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남한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핵실험 등으로 남한의 대북식량지원에 차질이 생긴 것이 북한의 식량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올해 남한의 대북식량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는 지 여부가 북한의 식량상황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진희 기자가 권 연구위원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올 봄을 앞두고, 북한의 식량난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현재 북한에 식량이 얼마나 부족한가요?

권태진: 북한의 식량생산량을 420-430만 톤 정도로 봅니다. 그런데 연간 필요한 식량, 세계보건기구가 추정하는 최소 영양기준으로 연간 520만 톤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이는 종자, 사료, 가옥용을 다 포함한 것입니다. 세계식량계획이 추정한 공급량과 비교했을 때, 90-100만 톤이 부족합니다. 이 중에서, 북한이 별도로 상업적으로 수입하는 양이 30-40만톤이라고 봐집니다. 이를 포함하더라도, 50-60만톤 부족하다는 계산이죠.

50-60만 톤의 부족분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지원분으로 메운 건가요?

권태진: 최근에 와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2005년 12월에 얘기한 이후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끊겼습니다. 그러니 북한의 절대 부족량이 50만 톤이 넘는 거거든요. 전혀 대책이 없는 것이죠. 통상 한국의 지원이 40-50만톤이었으니까, 그게 채워져서, 북한이 최소소요량을 맞춰 왔습니다.

문제는 작년에 북한에서는 50만톤 지원을 요청했지만, 미사일, 북핵으로 인해서 지난해 한국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것이 한 10만톤 밖에 되지 않습니다. 통상 지원해야 했던 것보다 40만 톤이 덜 간 것이죠. 북한에 원래 재고가 많지 않는데, 북한이 작년에는 수급 균형이 깨진거죠. 재고가 거의 바닥이 난 상태에서 가을 수확을 맞이했을 겁니다. 금년 4-5월이 되면 거의 식량 재고가 거의 바닥이 날 것입니다.

그럴 경우 북한내 어떤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는가?

권태진: 문제는 식량 소비가 부족한 계층인데요, 아마 부족한 계층은 제가 보기에는 3월달 부터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봅니다. 지금 현재는 북한의 시장가격이 비교적 안정이 됐는데, 3월 초, 중순 쯤 되면 식량가격이 상당이 오르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을 합니다. 재고가 얼마 되느냐 보다도, 식량 가격이 많이 급등하게 되면, 취약계층은 고통을 받게 되고, 이것이 식량난의 시작이라고 봐집니다. 북한 핵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지 못하면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입니다.

북한의 식량사정과 관련해 식량지원만큼 중요한 것이 비료지원인데요, 올해 비료지원은 문제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권태진: 한국 정부가 연간 35만 톤 정도 비료를 줘왔습니다. 지난해에는 북핵 사건 이전에 비료지원35톤이 완료된 상태였습니다. 물론, 북한이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지만, 통상 남한정부가 지원하던 양은 북한에 갔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비료지원이 끊길 수도 있습니다. 남한의 비료지원 35만톤으로 인한 북한의 식량증산 효과가, 50만톤에서 70만톤 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만일, 식량뿐만 아니라 비료지원마져 끊긴다면, 북한의 생산자체가 50-60만톤 줄을 것인데다, 식량지원이 통상 50만톤에서 완전히 끊긴다면, 그 충격으로 100만톤 이상 식량이 부족하게 됩니다. 이것은 양곡년도로 볼 때, 2008년도에 그 충격이 다가올텐데,.. 둘 다 끊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 핵문제 등에서 진전을 보고, 남북관계가 호전 돼서, 식량, 비료 지원이 재개 된다해도 예전과 비슷한 규모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권태진: 예년에는 (비료를) 보통 45-50만톤 요청을 했는데, 우리는 35만톤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금년에는 정부의 비료지원예산이 줄었습니다. 한 30만 톤 정도 밖에 갈 수 없는 예산입니다. 또 식량지원 예산도 줄어서 2005년 같은 경우, 쌀이 50만 톤 갔는데, 금년에는 예산으로 보면 40만 톤 이상은 지원하기 어렵습니다. 북한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이 된다 할지라고, 인도적 지원의 규모는 좀 줄어들지 않겠느냐... 우리가 차관으로 줄 수 있는 쌀은 40만톤 밖에 안되는데, 추가로 옥수수 등을 무상으로 줄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북한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핵 실험 이후에 대북지원에 대해, 남한 국민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원에 대한 투명성을 얘기하고 있어, 이번에는 지원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투명성과 관련해 개선된 장치를 마련돼야 정부로서는 부담을 덜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대북 식량지원에 있어, 쌀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문제 지적이 있는데요. 가령, 쌀값이 많이 오르고, 또 남한의 재고량도 충분하지 않은데 굳이 왜 쌀이냐는 말이죠. 연구위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태진: 지금 한국이 가지고 있는 쌀 재고량만 가지고 20만 톤 이상은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10만 톤 같으면 한국의 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지원을 할 수 있는 양인데요, 약간 무리한다면 20만톤 까지는 지원을 할 수가 있는데요. 20만 톤을 지원하면 한국 시장의 쌀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20만 톤 까지는 대북지원 쌀을 확보할 수 있어야, 수입을 하더라도,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쌀 규모에 비례해서, 40만 톤을 지원할 수 있게 됩니다.

쌀보다 훨씬 저렴한 옥수수를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권태진: 전체를 쌀을 주는 것 보다는, 옥수수하고 같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왜냐면 옥수수는 지원이 되면 어려운 계층에게 갈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과거에도 남한 정부가 한 40만 톤의 쌀은 차관으로 제공하고, 10만 톤은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무상으로 지원한 일이 있는데, 올해도 일이 잘 되면, 쌀 이외에 옥수수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옥수수를 제공함으로써 대북지원 투명성에 대한 의혹을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옥수수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50%나 올랐는데요, 톤 당 150달러가 넘었습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쌀에 비하면 절반도 채 안 되는 가격이거든요. 제한된 예산을 가지고 쌀에서 옥수수로 돌리면 지원 량을 더 늘릴 수 있구요. 그래서 많은 민간단체들이, 쌀만 고집하지 말고 옥수수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좀 더 많은 식량을 주는 것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