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정민 xallsl@rfa.org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일반 물가가 함께 상승하는 현상, 에그플레이션. 전 세계는 에그플레이션으로 혼란스럽습니다. 곡물 생산이 줄어들고, 재고량마저 감소하고 있어 앞으로는 돈을 주고도 못 사먹는 식량전쟁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각 국가에서는 자국의 먹거리부터 지키기 위해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요 국제사회의 “고난의 행군” 이 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국제사회의 흐름 속에서 북한의 식량사정과 앞으로의 대책은 무엇인지 점검해 봤습니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세계 곡물생산량이 소비량에 비해 2900만 톤이나 부족하고, 곡물 재고량도 사상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와 중국, 아르헨티나 등 곡물 생산국들은 각종 곡물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식량 확보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자체 생산량이 제한돼 있고, 연간 100~150만 톤 정도의 식량을 외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박사입니다.
당분간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곡물을 수입하거나 지원돼야 할 상황이라면 이와 같은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 자체는 북한에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일 걸로 예상이 됩니다.
북한이 그동안 곡물 수입이나 지원에 크게 의존해왔던 중국도 수출을 제한하거나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상업적 수입을 하던, 지원을 받던 북한은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또 수입을 하기에는 외화가 부족하고 북한 자체적으로 식량 자원이 없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데요,
권태진 박사: 잡곡 종류, 옥수수나 밀, 이런 것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북쪽으로 가는 것이거든요. 중국이 금년 초에 취했던 이런 조치들은 옥수수나 밀, 콩 등이 북한에 해당이 되는 거고, 잡곡 종류는 북한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되는 거죠.
중국 내 곡물가의 상승과 수출 제한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남한 내 대북단체들의 활동도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옥수수재단, 월드비전, 기아대책 등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고 있는 민간 단체들은 곡물 확보도 어렵고, 높은 관세 때문에 북한 내부로 진입하는 통로조차 막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라진지역의 빵공장을 지원하고 있는 기아대책 관계자입니다.
빵공장 같은 경우에는 밀가루가 들어가야 하는 경우인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다 중국 통해 서 들어가고 있거든요. 구하기도 힘들고 들어가는 데에도 문제가 있어서 알아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에) 들어가는 것 자체, 통로가 여의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중국에서 가격이랑 관련해서 세금 인상하고 그런 부분이 있어서 결정이 안나고 있던 상황이어서...
또 북한 사리원 등지에서 북한어린이들을 위한 빵공장과 두유 생산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남한의 ‘등대복지회’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신영순 이사: 값을 화차 하나에 5천 불, 만 불 더 넣어서 보내고, 중국에서 지금 북한으로 들어가는 곡물을 다 차단해서 북한에 지난 12월부터 물자가 못들어 가고 있어요.
남한도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은 마찬가지. 게다가 2007년 곡물 재고율이 유엔 식량 농업기구의 권장량을 한참 밑돌고 있어 남한 국민들의 먹거리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또 아직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 곡물가격이 더 오르고, 수입의 제한을 받게 되면 남한도 식량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대북지원에도 당연히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권태진 박사: 최근에서는 한국에서도 곡물재고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자체의 보유량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작년에도 외부에서 수입을 해서 북한을 지원했던 상황이거든요. 국제 쌀 가격도 굉장히 많이 올랐는데 앞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한국 정부에서도 줄 수 있는 식량 차관도 부담이 되는 거거든요.
많은 전문가들은 당분간 곡물가격의 상승이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많은 국가들이 농산물을 이용한 에너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사람이나 가축이 먹을 곡물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오염과 인구 증가 등도 국제 곡물가격 상승의 원인입니다.
국제사회가 겪고 있는 식량 전쟁 그 속에서 취약한 농업구조와 높은 해외 의존도의 북한이 당장 택해야 할 대책은 국제관계 회복을 통한 외부지원 확보와 농업개발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권태진 박사: 북한으로서는 어차피 당장은 수입할 수 있는 국가도 제한돼 있고, 돈을 주고도 못사는데 돈도 없고, 우선 당장은 외부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어차피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잘 정리해 나가야 되는데 당연하게도 걸려있는 핵문제를 조기에 수습해서 긴급한 지원을 받아들이고, 농업 개발 쪽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데 외부와의 국제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거든요. 빨리 그런 준비를 해야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