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즉 빙상호케이 남북 친선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단 37명이 2일 남한에 도착했습니다. 최초의 탈북자 출신 남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인 황보영 선수는 북한 선수들을 보기위해 직접 경기장에 가서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함경북도 김책제철체육단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하다 지난 99년 남한에 입국한 황보영씨는 강원도 춘천에서 개최되는 남북 강원도 아이스하키 친선 경기 관람 의사를 밝히면서 설레는 마음을 나타냈습니다. 황보씨는 이번에 남한을 방문하는 북한 선수 명단에서 북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운동했던 동료 선후배의 이름이 있다면서 직접 가서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황보영: 내일 갈거예요. 3명정도 동료가 올 예정인데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가서 얼굴을 보는 것이랑 틀리고 사진도 좀 찍어오고 그럴 예정입니다.
황보씨는 북한의 옛 동료들을 오랜만에 보는데 마음 같아서는 찾아가서 반갑다는 인사말이라도 건네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지난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들이 자신에게 보여줬던 차가운 시선 때문에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며 안타까와 했습니다.
황보영: 그때는 명단 나온 후 잠도 못자고 계속 기다렸습니다. 일본 가서도 북측 선수 오는 것 창문에서 보고 마중 나가다가 감독님께 붙잡히고 난리 났었죠. 북한 선수들과 엘리베이터도 같이 타고 온천도 같이 가고 같이 목욕하고 했는데 서먹서먹했어요. 저는 좀 다가가서 한마디라도 하고 싶은데 그쪽에서 많이 경계를 했죠.
특히 황보씨는 친한 후배였던 북한 팀 선수가 경기 때 보자며 은근히 협박한 뒤 경기 내내 집중적인 견제와 몸싸움을 걸어와 섭섭하기도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황보영: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후배에게 제가 아는 척을 했어요. 그랬더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좋아하긴 이를 텐데, 게임 때 보자’ 그러면서 내리더라구요. 그래서 코치님한테 게임 뛰기 싫다고 했어요.
하지만 황보씨는 일본에서는 정겹게 얘기도 나누지 못했던 북한 동료들이지만, 언젠가는 오해와 미움을 씻고 함께 웃으며 운동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소망했습니다. 황보씨는 북한 선수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고 기쁜 일이라며 이번 친선 경기에서 북한 선수단을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황보영: 아무래도 북쪽을 응원할 것 같습니다. 강원도에서 북한 선수단을 데리고 오기 위해 돈을 많이 줬다고 하더라구요. 한국은 진다고 해도 제재가 없지만 그쪽은 지고 가면 고달파지니까 되도록이면 북한팀이 이겼음 좋겠어요. 다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멋진 경기를 보여줬음 좋겠어요.
그는 이달 말 중국에서 열리는 친선경기와 내년 2월에 중국에서 열리는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도 다시 북한 선수단을 만나기를 고대한다면서, 다음 남북 경기 때는 북한 선수들의 냉대에 상관없이 당당히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보영: 부담은 있는데 저도 선수이기 때문에 이기고 싶은 마음도 들고 지난 일본 아시안 게임 때는 경기하는 정신보다 선수 보는 마음이 앞서 정신이 없었는데 다음에 만나면 좀 더 나은 실력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편 장덕기 단장 등 37명의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단은 이날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경기가 치러질 강원도 춘천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들은 2일부터 나흘 동안 남한 아이스하키팀과 친선 경기를 갖게 됩니다.
이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