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과 관련해 직접적인 반응을 자제한 채 주변국들과 함께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입장 표명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핵 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북 핵 보유 선언에 미국 담담한 반응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국정연설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짧게 언급했습니다.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이른바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지난 2002년 국정연설과는 사뭇 다른 어조였습니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남한, 중국 등 주변국들의 요청을 미국이 받아들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결국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며 모처럼 조성되기 시작한 대화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었습니다. 여기에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핵무기 보유 공식 선언이라는 초강경카드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7일 북한의 핵 보유 선언과 관련해 북한은 이라크와 다른 상황이라며 북핵 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In terms of Korea, it's not Iraq. It's a different situation.”
미 대응방식은 긴장 고조 차단하려는 것
중국의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함께 발표한 미중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이미 밝혔으며 그 후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이를 확인했다고 부시 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북한의 지도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반도는 더 이상 비핵화 상황이 아니라면서도 지금은 우방, 동맹국들과 함께 이 문제에 어떻게 공동으로 대처할지를 결정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So it's time for us to work with friends and allies to determine what we are jointly going to do about it.”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표명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18일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 직접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은 채 한반도 비핵화 원칙만 강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Michael O'Hanlon) 박사도 비슷한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오핸런 박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회견에서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차단하고 이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핵 선언에 대한 미국의 대응방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Overall, it's true that the United States has tried to defuse this."
북한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
오핸런 박사는 미국의 이런 태도를 북한의 핵 협상 전략과 미국의 핵 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두 가지 관점에서 풀이했습니다. 우선, 북한의 전략과 관련해 오핸런 박사는 미국은 북한의 이번 선언을 핵 위기를 최대한 고조시킴으로써 향후 핵 협상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시도로 보고 있으며 이런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미국으로서도 당장은 외교적 해결책 모색이라는 기존 해법을 고수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미국의 행동 범위를 좁히고 있다고 오핸런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오핸런 박사는 남한과 중국은 북한의 이번 선언에도 불구하고 핵 문제 해결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I don't believe this North Korean announcement by itself will be enough to change the attitudes in Seoul and Beijing."
따라서 남한과 중국은 당분간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 등 대북 강경책에 반대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크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방안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핸런 박사의 설명입니다.
이동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