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북한의 핵관련 성명으로 인해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핵보유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관련 당사국들에게 인내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던 중국으로서는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전문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미국이 북한과 진지한 협상을 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의 핵관련 성명에 대해 중국정부는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일단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정부가 성명을 준비하고는 있으나 언제 이 성명을 발표할지는 말할 수 없다고 10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중국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제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 관한 한 매우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중국은 이달 말 고위 관리를 북한에 파견해 북한의 6자회담 참여문제를 협의할 예정이었습니다.
중국 인민대학의 진 칸롱 교수는 중국이 그동안 북한이 스스로 핵보유를 인정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관련국들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 핵문제를 다룰 것을 주문해왔지만, 이제는 오히려 중국의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진 교수는 앞으로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일본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비판적인 러시아와 남한 등과 입장 조율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마이클 그린(Michael J. Green)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은 지난주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생산한 핵물질이 리비아에서 발견됐다는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린 국장은 또 북한 핵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한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의 친서를 후진타오 주석에 전달하면서, 중국이 보다 강력한 외교적 압력을 북한에 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이달 말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예정이라며, 미국 측이 북한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미국 워싱턴의 민간정책연구소인 우드로우 윌슨 센터의 로버트 해더웨이(Robert Hathaway) 아시아국장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느닷없는 핵보유 선언으로 인해 중국 측이 매우 분노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공개적으로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도, 막후에서 북한측에 강한 불만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해더웨이 국장은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반드시 난처한 입장에 놓인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문제 있어 보다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나오도록 한층 더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게 해더웨이 국장의 설명입니다.
“Inevitably Washington is going to look to China to put pressure on Pyongyang to be more responsible and more reasonable.”
해더웨이 국장은 그러나 중국은 자신들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려면 먼저 미국이 보다 더 유연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응답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그는 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오히려 늘었다고 역사에 기록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으로서도 북한과의 진지한 협상 말고는 다른 뚜렷한 대안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