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복구 공사에 군 총정치국 산하 공병군단 군인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갱도 복구공사 과정에서 나오는 바위와 시멘트 폐기물은 전량 화물열차에 실어 극비리에 처리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무산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7일 “며칠 전 길주군 풍계리 철도마을에 살고 있는 친척집에 갔다가 트럭들이 건설 폐기물을 실어다 재덕역(풍계리역) 공지에 하차한 다음 까또(포크레인)를 이용해 화물열차에 상차하는 즉시 화물열차가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보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건설 폐기물 작업현장은 무장군인들이 둘러싼 가운데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되었는데 화물열차로 실어가는 암반 덩어리 등은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복구현장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 폐기물을 왜 핵실험장 부근에 버리지 않고 화물열차에 실어 어디에 갖다 버리는 건지 누구도 모른다는 말을 풍계리 (철도)재덕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척에게서 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지 주민: "재덕역전 옆에 잔뜩 허연돌(풍계리 암석산에서 나오는 하얀 암석)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 돌도 검은 돌 아니고 허여허여한 돌들있재…그 돌을 화물열차를 편성해서 실어가더라구...저거 무슨 돌을 계속 실어가나 했더니 그게 암반이지 핵실험하는 (갱도)산 자체가 암석산이니까......그걸 계속 실어가더라고..."
소식통은 이어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굴착과 복구 작업에는 국방성(전 인민무력성) 총정치국 산하 공병부대 군인들이 동원되어 주야 전투를 벌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는 국가건설사업에 동원되는 인민무력성 산하 공병군단과 사회안전성 산하 공병총국이 있었습니다. 2020년 북한은 인민무력성 명칭을 ‘국방성’으로 개칭하면서 인민무력성에 편제되었던 공병군단과 도로건설군단 중 공병군단을 군 총정치국에 소속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고위간부 출신의 한 탈북자는 자유아시아방송에 “군 총정치국 산하 공병군단은 당중앙이 추진하는 중요건설사업을 맡고 있는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복구에 총정치국 산하 공병군단이 동원되었다면 최고사령관의 명령으로 동원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길주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지난 2018년 폭파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복구가 언제 시작됐는지 모르겠지만, 철근과 목재 등 건설자재를 실은 트럭들과 굴착기가 풍계리 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한 건 지난 2월 중순부터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핵실험장 갱도들은 명천지역에서 풍계리로 이어지는 산속에 자리하고 있는데, 건설자재를 실은 트럭들과 굴착기 등이 핵실험장이 있는 산속 갱도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아 2월 중순부터 갱도 복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갱도 굴착과 복구 작업현장에서 나오는 암석덩어리와 콘크리트 잔해물 등은 트럭에 실려 재덕역 옆 공지에 쌓아두었다가 밤이면 화물열차로 실어가는데, 어디로 실어가 처리하는지는 비밀에 붙여져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암석 등 핵실험장 갱도복구현장에서 나온 폐기물이 쌓여있는 역전 주변에는 무장군인들의 경비가 삼엄해 누구도 얼씬 못한다”면서 “역전에 쌓여있는 폐기물 더미에서 자그마한 돌이라도 하나 주어갈 경우 핵실험장 갱도 복구현장에서 나온 돌과 폐기물을 적대국에 팔아먹기 위한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무산과 길주군 주민 소식통 2명 모두, 삼엄한 경비 때문에 역전 주변 폐기물에 아주 가까이 접근은 할 수 없어도 핵실험장 공사 관련 폐기물을 약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앞서 지난 3월 11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18년 폭파된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에 대한 복구작업 움직임이 포착되었으며, 늦어도 6개월이내에 핵실험장 재가동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내 핵·미사일 시험장 동향을 관찰해 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조셉 버뮤데즈 선임 연구원은 당시 인터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1~4번 갱도 중 2006년 1차 핵실험으로 이미 크게 손상된 1번 갱도를 제외한 나머지 갱도를 복구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폭파 당시 훼손 정도에 대한 정보가 없어 복구 기간을 추산하기 어렵지만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이면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ONN)는 6일, 3월 24일부터 4월 6일까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상황에 대한 위성사진 분석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향후 핵실험을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 남쪽 3번 갱도에 입구를 건설하고, 굴착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