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북한이 더 대담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한국 전직 관리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5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시아와 한국에 미치는 영향’(Ukraine’s Impact on Asia and Korea)이란 주제로 화상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온 위성락 전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로 미러 및 미중 간 대립이 첨예화하는 가운데 핵무기에 대한 북한의 집착은 더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There is a strong possibility that it will further strengthen its obsession with its nuclear weapons.)
위 전 대사는 이날 북한은 지난 미북 간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뒤 이른바 ‘도발 기조’로 정책을 선회한 후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위성락 전 주러 한국대사: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이 그들이 향후 도발을 계속하는 데 있어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제공하는 요소로 간주될 것입니다.
그는 또 이같은 정세 속에 북한은 앞으로도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내에서 미국 주도로 추진되는 대북제재 조치를 차단할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수미 테리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도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핵무기를 확장하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결의만 더욱 강화시키는 등 부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더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환경은 향후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하는 데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테리 국장은 그러면서 “이는 다시말해,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북한을 압박하거나 저지하는 데 있어 어떤 종류의 도움이 되는 협력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 주도의) 유엔 안보리 대북 추가 제재에 동의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고, 심지어 북한이 향후 추가 핵실험을 감행한다 해도 이러한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테리 국장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례는 한미동맹의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찾아 볼 수 있다며, 이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자결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상기시켰다는 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