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들, 전국 '모내기 전투' 동원령에 사무직 할당 채우기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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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전국에 농촌지원 총동원령을 내린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모내기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관 기업소 일꾼(간부)들은 상부에서 할당 받은 농촌 동원 인원을 채우느라 고심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기업소 행정간부 소식통은 11일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 농촌동원에 이어 모내기를 제철에 끝내기 위한 농촌지원사업이 시작되었다”면서 “할당된 농촌동원 인원을 채울 걱정에 말단 기업소 일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매일 종업원들이 먼 곳을 오가며 보리와 밀밭 물주기에 동원되고 있는 가운데 상부로부터 봄철 농촌지원에 인원을 동원시키라는 지시가 또 다시 하달되었다”며 “지배인을 비롯한 기업소 간부들은 오늘내일 사이에 발표될 기업소별 농촌지원 할당 인원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우리 기업소가 작년 봄에 40명의 인원을 모내기 전투에 동원시켰다”며 “올해는 당국이 그 어느때보다 식량증산을 강조하는 만큼 작년에 비해 농촌동원에 파견해야 할 인원이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살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출근하지 않는 종업원이 늘어나고 있어 기업소가 하루하루 힘들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기업소 일꾼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것은 쩍하면 하달되는 각종 사회적 과제와 외부동원에 보낼 인력을 해결하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기업소의 경우 종업원 수는 120명이지만 출근하는 성원은 절반도 안 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농촌 동원에 40명 이상을 파견하면 기업소에 출근할 사람이 거의 없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외에도 기업소가 모내기 전투에 동원되는 인원들에게는 부식물과 술 등 후방물자도 보장해주어야 하는데 그 비용을 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농촌동원 인원을 보장하지 못하면 지배인과 초급당비서 등 기업소 책임일꾼들이 추궁을 받는 것은 물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어 간부사업에서 불이익을 받기 마련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1일 “요즘 가두여성들도 봄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매일 농촌을 오가며 밀, 보리밭에 물주기에 동원되고 있다”며 “올해는 가뭄으로 인해 봄 농촌지원이 여느 해에 비해 일찍 시작된 셈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어제 읍내 여맹 초급단체위원장들 모임에서 다음 주부터 가두 여성들도 ‘모내기 전투’에 동원된다는 지시가 전달되었다”며 “다음 주부터는 가두 여성들이 여맹돌격대 깃발을 들고 줄을 지어 농촌동원을 하게 되는데 농촌지원기간 가정의 생계를 어떻게 보장할지 걱정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마다 봄과 가을에 농촌 총동원령이 내려지고 사무원, 노동자, 군인, 가두여성, 대학생, 중고급학생을 비롯한 전민이 총동원돼 농사일을 돕지만 식량배급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일을 했으면 조금이라도 받는 것이 있어야 하겠는데 그런 게 전혀 없으니 그 누구도 농촌에 동원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당국이 주민들의 식생활 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으로 바꾼다며 요란을 떨고 있다”며 “김정은이 주장하는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전환 정책이 해방 후에 시작돼 아직까지도 이루지 못한 허황된 꿈으로 남아있는 ‘이밥에 고깃국’처럼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