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국방부가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교육 교재에 문재인 정부 시절 빠졌던 '북한 군과 북한 정권은 적'이라는 개념을 다시 포함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방부는 30일 지난 9일부터 한국 군 장병들에게 배포한 정신전력 교재에 “북한의 안보 위협이 지속되는 한 북한 군과 북한 정권은 우리의 적”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정신전력 교재는 국방부 정책기획관실이 제작하며 매주 월요일 국방일보에 게재됩니다. 군 지휘관들은 이 내용을 바탕으로 매주 수요일 정신교육을 실시합니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9년 제작된 정신전력 교재에는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과거와 같이 도발과 적대행위를 자행한다면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수 있도록 태세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라는 표현이 있을 뿐 적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명시한 것입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장병들의 정신전력 강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그 일환으로 이번에 관련 내용을 작성했고 5월 둘째 주부터 관련 내용을 교육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 : 5월 둘째 주부터 북한 정권과 북한이 우리의 적임을 분명히 인식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적’이라는 표현이 일단 정신전력 교재에는 포함됐지만 2년마다 발간되는 국방백서에도 들어갈지 여부는 미정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3일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미래세대 병영환경 조성 및 장병 정신전력 강화’ 항목에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임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방백서 등에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분명한 적”이라면서도 “국방백서에 어떻게 명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지난 4일 인사청문회):정신교육 교재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적으로 표현하면서 교육을 확실하게 시키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다만 국방백서라는 책자의 성격상 해외로도 나가고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적, 위협, 주적 등 어떤 표현을 사용할지에 대해서) 한 번 더 검토하고 의견을 좀 더 듣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일부 관측과 관련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아래 관련 시설과 지역에 대해 면밀히 추적ㆍ감시하고 있고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6일 ‘휴가를 망치는 북한의 미국 공휴일 도발’이라는 글을 통해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 연휴기간에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문 국방부 부대변인은 또 B-1B 전폭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괌 앤더슨 기지에 배치될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미국의 전략자산과 무기체계 운용에 대해 한국 국방부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항공기 추적 민간 웹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은 지난 28일 트위터를 통해 “몇 주 내 B-1B 전폭기들이 폭격기 기동부대 전개의 일환으로 괌 앤더슨 기지에 배치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ㆍ합참 청사를 방문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부처 단위의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데 윤 대통령은 “안보 상황이 엄중해지고 있다”며 “국방과 안보태세 유지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금 날로 우리의 안보 상황은 엄중해지고 있으며 여러분의 국가 안보를 위한 헌신이 없다면 우리 경제나 모든 사회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국방과 안보태세 유지가 중요한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이 배석한 가운데 군 대비태세도 점검했는데 이 자리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장병들이 확고한 정신적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 등 한미일 외교장관은 지난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들을 강력히 규탄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들의 완전한 이행을 향한 3자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또 26일 유엔 안보리 표결에서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미일은 오는 6월에는 3국 북핵 수석대표 회동, 3국 차관협의 등을 이어나가며 공조를 다진다는 계획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