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항 테러사건’ 피해자∙가족, 북 정권 상대 손배소

앵커: 1970년대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 등이 당시 사건에 가담했던 북한 정권을 상대로 4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972년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현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일본 적군파가 일으킨 테러 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이 사건에 가담했던 북한 정권을 상대로 50년 만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로드 공항 테러 사건은 지난 1972년 5월30일 일본의 극좌 테러단체인 적군파가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을 지원한다며 로드 공항에서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하고 수류탄을 투척한 사건으로, 당시 민간인 26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사상자인 미국 시민 35명과 그 직계 가족 96명 등 총 131명은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DC 연방 법원에 북한 정권에 대한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소장은 해당 사건에 가담한 북한에 대해 비사법적 살해와 폭행, 폭행 위협, 사건 생존자 및 유족들에 대한 의도적인 정신적 고통 초래 등의 혐의를 적시했습니다.    

원고 측은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해 40억 달러 배상과 이자 지급, 범죄 행위에 대한 가중된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판결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소장의 수신인은 북한 리선권 외무상으로, 리선권 외무상이 소장을 받은 뒤 60일 이내에 이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을 시 원고 측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판결을 내리는 궐석판결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인권단체 ‘슈랏 하딘’은 지난 2010년 푸에르토리코 내 미국 연방법원에 이 사건의 희생자 가족 12명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북한에 대해 손해배상금 3억달러 등 총 3억7천800만달러를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지난달 이뤄진 소송은 당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와 상속인들이 제기한 것입니다.   

최근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와 가족들은 소장을 통해, 북한이 적군파와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무기와 위조 신분증을 비롯한 물질적 지원 등을 제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이들을 지원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장은 “대학살이 일어난 지 50년이 지났지만 사건의 생존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며 “이들의 감정적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외국주권면책특권법’(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FSIA)은 테러로 피해자 신체에 상해를 가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테러지원국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