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북제재 아랑곳하지 않고 북 노동자 고용 추진

워싱턴-조진우 choj@rfa.org
2022.08.05
러시아, 대북제재 아랑곳하지 않고 북 노동자 고용 추진 지난 2003년 러시아 극동지역에 있는 한 벌목장에서 나무를 자르고 있는 북한 벌목공들.
/AP

앵커: 러시아 고위 관리가 대북제재 결의를 무시하고 인력난을 겪고 있는 자국 건설업을 위해 북한 노동자들을 유치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와 미 국무부는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은 명백한 제재 위반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마라트 쿠스눌린(Marat Khusnullin) 러시아 부총리는 최근(1) 러시아 언론(RBC TV)과 인터뷰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높은 생산성을 언급하며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자국 건설업을 위해 그들을 유치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쿠스눌린 부총리는 건축자재인 ‘타일’(Tile) 숙련공을 예로 들며,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 노동자 2~2.5명을 대체할 수 있다며 북한의 노동시장은 흥미롭고 좋은 노동자들이 많다고 치켜세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코로나 사태로 건설 현장을 떠난 이주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북한에서 노동자들을 데려올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러시아의 주요 매체들도 쿠스눌린 부총리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건설업계 인력난 해소를 위해 북한에서 노동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의 영자신문인 ‘모스크바 타임스’(The Moscow Times)1정부가 북한 노동자를 러시아로 데려오는 것을 제안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독립국가연합’(CIS) 이주 노동자들과 주로 일하는 러시아 건설업자들에게 여전히 북한 노동자들이 낯선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습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즈베키스탄과 벨라루스 등 1991년 구 소련의 해체로 독립한 국가들의 국제기구인 독립국가연합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다수 확보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이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터키나 유럽 등으로 떠나면서 지난 2월 기준으로 약 100만명의 건설 노동자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러시아의 경제신문 코메르산트’(Kommersant) 1일 보도했습니다.

 

러시아는 코로나 사태 위기로 인해 만성적인 외국인 노동자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해 5월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러시아가 이주 노동자 부족문제에 시달리고 있음을 호소한 바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지난 2017년 유엔 안보리가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을 금지한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했음에도 여전히 러시아 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코메르산트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도 지난해 7월 러시아의 극동 지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여전히 불법으로 일하고 있다며 지역 구직 사이트에 북한 노동자들을 위한 페이지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매체는 2020년 러시아로 이주한 북한 주민 약 4천 명 중 2600명이 학생비자였다고 전하며, 북한이 학생비자 등의 방법으로 대북제재를 회피하고 계속해서 건설현장에 노동자들을 투입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올해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만 북한 노동자 약 2만 명이 일하고 있다고 앞서 현지 소식통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에릭 펜턴-보크 조정관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의 고위 관리가 국제적 의무를 무시하는 듯한 발표를 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It is disappointing to see a senior Russian official making an announcement of this type in seeming ignorance of Russia’s international obligations.)

 

이어 그는 “이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러시아의 찬성도 포함)만장일치로 통과한 유엔 제재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은 해외에 있는 북한 노동자 뿐만 아니라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과 연관된 인물들도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This is, as you have stated, a clear breach of a number of UN sanctions resolutions, which were unanimously agreed by the UN Security Council (including by Russia). The Panel continues to investigate not only the presence of DPRK labourers overseas, but also the networks of facilitators who lie behind this labour.)

 

애런 아놀드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위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쿠스눌린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국제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적어도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이 누구를 조사해야할 지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러시아 관리들의 이 같은 발언이 계속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밝혔습니다. (This has the potential to violate international sanctions. it's encouraging that Russian officials continue to make statements like this. Because at least the expert panel will know who to send investigation inquiries to.)

 

대북제재위가 지적한 것처럼 현재 북한 노동자의 해외 노동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가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2019 1222일까지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했습니다.

 

한편 지난 2021년 미 국무부는 ‘2021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19개 나라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여전히 외화벌이를 하고 있으며, 러시아 정부가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노동에 적극적으로 연루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5일 쿠스눌린 부총리의 발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논평 요청에 해외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DPRK workers dispatched overseas would be in clear violation of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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