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기존과 차원이 다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남북이 군사합의를 함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1일 서울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주최한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
이 장관은 국방정책을 설명하고 여러 안보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차원이 다른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했을 때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다”고 밝힌 이 장관은 “핵실험도 마찬가지”라며 핵실험을 했을 때의 대응 수위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그 대응은 핵시설 파괴 등 물리적인 것은 아니라면서 “한미 간의 긴밀한 협의로 강도 높은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며 “핵의 사용이 초래하는 결과는 북한이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고, 사용 효과도 없을 것임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핵을 소형화·경량화해서 전술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하고 그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놓았습니다.
이 장관은 과거 전략핵무기의 경우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는 인식이 있어서 실질적인 억제력이 없었다며 “결국 소형화는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고, 북한도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국지 도발이나 7차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경우 9·19 군사합의 폐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하면서도 명확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 장관은 9·19 남북 군사합의는 함께 준수해야 의미가 있고 유지될 수 있다면서, 한국만 일방적으로 지키고 북한은 안 지키면 의미가 없는 합의이고 오래 존속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아직도 한국은 9·19 합의의 뜻을 살릴 기회를 보고 있다며 “7차 핵실험을 했을 때 합의를 파기할지 여부는 외교부 등 정부 내 의견을 모아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와 관련해서는 국가안보와 방위 차원의 사안으로 중국 등 외국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장관은 “사드 배치는 안보 주권에 해당하고, 중국이 이른바 ‘3불 1한’ 논의를 한다고 해서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의 반대 때문에 사드 정상화 정책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드 레이더로 중국 영토를 들여다본다는 중국 내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선 “성주 사드 포대 레이더 위치가 중국을 향해도 바로 앞에 산이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그렇게 운용할 수 없는 위치”라고 일축했습니다.
또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위협받는 방향은 한반도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사드 포대는 미국 방어를 위한 역할이 아니라 오직 한반도 방어만 할 수 있는 위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강력한 보복’을 언급하며 대남 비난을 한 것과 관련해선 도발을 할 핑계를 찾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장관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다른 이유로 도발하면서 그런 이유를 내세우는 것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비난 역시 핑곗거리를 찾는 과정이고 “도발의 이유를 한국 쪽에 넘기기 위한 논리”라며 “그 도발 가능성 때문에 한국이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대통령실은 이날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 기지가 이달 말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빠른 속도로 사드 기지가 정상화하고 있다”며 “8월 말 정도에는 거의 정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이른바 ‘3불 1한’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안보 주권 사항으로서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드 3불’이 합의나 조약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고, 전 정부의 입장일 뿐이며 어떤 관련 자료가 있는지를 포함해 인수·인계받은 사안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한국이 사드 추가 배치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사드 3불’ 뿐 아니라 기존에 배치된 사드도 포함하는 ‘1한’까지 대외적으로 알렸다고 주장하고 있고,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은 한중 외교장관회담 후 이를 부인한 바 있습니다.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 (지난 10일): 사드 문제와 관련해 저는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은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한국의 안보 주권 사안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아울러 소위 '3불'도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편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사령관을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 측에서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배석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군 주요 지휘관들을 격려하고 골드버그 신임 주한대사 부임을 환영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당면한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평가와 논의가 이뤄진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 및 대응태세 확인, 그리고 한미 연합훈련 등이 논의됐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