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평양화력발전소에 석탄을 공급하는 서부지구탄광의 탄부들에게 관광 명소인 용문대굴 관광의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관광비용을 탄부들에 고스란히 부과해 탄부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3일 “이달 초부터 덕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 산하 각 탄광 탄부들의 용문대굴 관광이 시작됐다”면서 “탄부들의 용문대굴 관광은 어려운 여건에서 석탄 생산에 종사하는 탄부들에 대한 당의 배려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주 초(3일)부터 일주일동안은 제남탄광에서 혁신자로 선발된 50명의 탄부들이 번갈아가며 지하명승지로 알려진 용문대굴을 관광했으며, 이번 주부터는 형봉탄광 탄부들의 용문대굴 관광이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런데 당의 배려라며 탄부들에 부여된 용문대굴 관광은 유료관광이다”라면서 “관광비용이 탄부들에 부담되다 보니 가난한 일부 탄부들은 관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나도 혁신자로 선발되어 형봉탄광에서 조직한 관광버스를 타고 아침에 용문대굴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왔는데, 버스 비용과 식비 등 하루 관광비용으로 탄광 당국에 내화 10만원($13)을 바쳤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이달 초부터 북창지구탄광연합기업소 탄부들의 평안북도 구장군에 자리하고 있는 용문대굴 집체 관광이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덕천지구탄광과 북창지구탄광 등 서부지구탄광 탄부들에게 지하명승지로 널리 알려진 용문대굴 관광의 기회를 부여한 것은 평양화력발전소에 석탄을 공급하는 서부지구탄광 광부들을 격려함으로써 석탄생산성을 올리려는 것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당의 배려라며 생색을 내면서도 탄부들에게 용문대굴 입장료만 국정가격을 받으면서 버스 이용비와 식대 등은 탄광 자체로 해결하라고 지시하다 보니 관광비용은 고스란히 탄부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용문대굴 입장료는 국정가격으로 1인당 내화 2천원이지만, 탄부들에게 당국이 부담한 관광비용은 1인당 내화 10만원($13)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영 탄광 탄부들의 월급은 근속 연한과 광부 급수에 따라 내화 3,500~1만원($0.42~$1.2)입니다. 탄부들의 월급으로 용문대굴을 관광하려면 10개월~30개월동안 월급을 온전히 모아야 하루 관광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소식통은 “관광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 용문대굴 관광에서 제외된 탄부들은 당국이 평양의 전력 해소를 위해 평양화력발전소에 석탄을 공급하는 서부지구탄광의 탄부들에게 용문대굴 관광을 조직하면서 관광비용을 탄부들의 부담으로 전가하고 있어 생색내기라는 실망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서부지구에는 덕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 득장지구탄광연합기업소, 북창지구탄광연
합기업소, 순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 안주지구탄광연합기업소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각
탄광 연합기업소 산하에는 3천명~1만명의 탄부들이 일하는 1급기업소 탄광 5~8개, 30명~100명 정도의 탄부들이 일하는 50~60개의 중소 탄광들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평안북도 구장군 용문산에 자리한 용문대굴은 1984년에 발견된 석회암 천연동굴로서 1996년 북한에서 지하명소 관광지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용문대굴 관광에는 국가기관과 국영기업소의 집체관광과 개인관광이 있으며, 집체관광의 경우 입장요금은 1인당 내화 2천원이지만, 개별관광은 내화 1만원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