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제3국 선박인 '안니'(ANNI)호가 한국 부산항을 떠난 뒤 북한 선박이 된 '안하이6'호와 거의 동일한 과정을 거쳐 북한 상선으로 변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두 선박이 부산항에 입출항했을 당시 관련 서류를 처리한 한국 해운 대리점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대리점이 북한의 선박 매입 과정에 연루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한국 해양수산부의 항만정보시스템 기록을 확인한 결과, 안니호는 올해 6월25일 오후 2시 부산항에 입항한 뒤 이날 오후 7시30분에 일본 ‘요코하마’(YOKOHAMA)를 차항지로 제출하고 출항했습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웹사이트인 ‘마린 트랜픽’에 따르면 안니호는 부산항을 떠난 이후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켜지 않아 위치가 확인되지 않다 약 한달 반만인 8월15일 북한 남포항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안니호는 북한 국적(깃발)의 ‘경성 3’(KYONG SONG 3)호로 운항되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건조 첫해인 2009년부터 중국 국적의 ‘룡강1’(Ronggang 1)호로 운영됐던 안니호는 지난 4월 말 마샬제도에 근거지를 둔 회사 ‘우저우 쉬핑’(Wuzhou Shipping)의 소유가 됐으며, 선박 국적은 남태평양 도서국인 니우에, 즉 편의치적 상태였습니다.

‘편의치적’이란 선주가 속해 있는 국가의 엄격한 요구조건과 세금 등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서 선주가 속해 있는 국가가 아닌 나라의 국적을 취득한 선박을 뜻합니다.
이처럼 안니호가 경성3호가 된 구조는 ‘안하이 6’호가 북한의 ‘락원1’호가 된 과정과 매우 유사합니다.
선박 국적이 니우에였던 안하이6호 역시 지난 5월16일 부산항에 입항한 뒤 18일 일본 요코하마를 목적지로 제출하고 출항했지만, 이후 행적이 발견되지 않다가 6월 중순 북한 남포항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Tokyo MOU)에 따르면 안하이 6호는 현재 북한 평양에 위치한 ‘룡흥 락원무역’이 소유한 ‘락원1’(ROK WON 1)호가 되어 북한과 중국을 활발히 오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안니호와 안하이6호가 부산항에 입출항할 당시 필요한 서류제출 등을 대행해 준 해운 대리점이 ‘(주)제이피엘’로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의 선박 매입 과정에 연관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약 제이피엘이 두 선박이 북한으로 가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면 한국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시행된 5.24 대북제재 조치 등을 통해 한국에서 북한으로의 선박 직항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이와 별도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주)제이피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주에만 10여 차례 전화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국제해운대리점협회는 최근(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통화에서 “(주)제이피엘이란 이름의 해운 대리점을 들어본 적이 없고 협회에 소속돼 있지도 않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앞서 지난 7월와 9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도 안니호와 안하이 6호가 한국 부산항을 거쳐 북한 남포에 나타난 과정을 상세히 보도한 바 있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