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북중접경지역을 가다①]구멍뚫린 대북제재…“제재에 맞춰사는 법 있어”

서울-목용재, 손혜민,moky@rfa.org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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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 세관. 10여 대의 대형 화물차들이 북한 방문을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 세관. 10여 대의 대형 화물차들이 북한 방문을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 RFA 이은규 기자

앵커: 북한의 잇단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에 대한 포괄적 경제제재가 취해진 지 3년을 맞았습니다. 연이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을 맞았지만 비핵화 협상이 정체되면서 대북제재 역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에서는 북중교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직접 찾아 대북제재의 이행 실태와 제재 장기화에 따른 북한의 대응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오늘부터 세차례 보내드리는 RFA 심층취재,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구멍’ 뚫린 대북제재편을 보내드립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단둥 현지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북한 신의주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 국경 도시 단둥. 이 곳에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망에 구멍이 뚫린 현장을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21일 자유아시아방송 취재진이 찾아간 단둥 세관에는 10여 대의 대형 화물 트럭들이 북한 신의주를 들어가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었습니다.

단둥에서 취재진과 만난 중국의 한 북중 무역 종사자는 “중국의 대형 화물 트럭들이 북한산 철광석을 옮기는 데 활용된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방식으로 희토류도 중국으로 수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중 무역 종사자: 단둥에 철광석 하는 (북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돈을 잘 벌더라고요. 한국말로 덤프트럭 있잖아요. 덤프트럭도 중국건데 북한 들어가서 철광석 싣고 나와요. 진짜 크게 하는 데는 뉴스에도 안 나와요. 알아 볼 수도 없고.

북중 무역 현지 종사자는 50kg 용량의 소형 포대에 철광석을 포장하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단둥 세관 당국의 단속이 한층 강화됐음에도 중국의 ‘꽌시’를 활용하면 북중 간 광물 교역도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꽌시는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간관계를 활용하는 중국 특유의 문화입니다.

지난해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 2371호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 , 철광석의 수출은 전면 금지돼 있습니다.

북한산 수산물도 단둥 수산물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단둥의 도매 수산물시장인 ‘동항황해수산품별발시장’에서는 북한산 꽃게와 조개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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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의 대형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북한산 꽃게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 - RFA 이은규 기자

현지 수산물 판매업자들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조개가 “북한산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꽃게를 판매하고 있는 현지 판매업자는 “여기에 중국산 꽃게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동항황해수산품 시장 현지 상인: 여기 있는 건 다 조선겁니다. 여기 중국산은 없습니다.

단둥 시내의 한 수산물 소매시장에서는 포장된 북한산 말린 명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산 수산물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에 따라 수출이 전면 금지돼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 상인들은 서해 공해상에서 북한산 수산물을 옮기는 이른바 ‘배치기’ 방식으로 중국 당국의 단속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법의 밀무역이 최근 서해에서 성행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현재 유엔의 대북제재로 북한산 수산물이 (중국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종의 밀수 형태로 (서해) 공해상에서 중국배와 북한배가 만나서 수산물을 넘기는 방식이 서해에서 성행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포착한 배치기 현장은 중국 둥강시와 북한 신도군 인근 서해 공해상입니다. 북중 어민들은 이 곳에서 북한 선박에 실려있던 꽃게를 중국 어선으로 옮겼습니다. 이 현장에서 중국 측은 중국 돈과 쌀 등 현물을 북한 측에 넘기고 꽃게 등 수산물을 넘겨받았습니다.

남북 통일을 목적으로 북한을 연구하는 민간단체인 카스컨설턴시(Korea Analysis & Strategy Consultancy, KAS)에 따르면 북한산 수산물은 북한에 등록시킨 중국 선박을 활용하는 방식으로도 단둥에 들어옵니다.

카스컨설턴시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선박들이 포화상태인 것으로 안다”며 “중국 선박을 북한에 넘겨 이를 이용해 북한산 수산물을 들여오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산 수산물을 걷어오는 역할만 전담하는 중국 선박도 있다는 게 카스컨설턴시 측의 설명입니다.

북중 밀무역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소형 선박들의 밀무역은 11월까지 마무리되고 12월부터는 대형 선박들만 밀무역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중국 민간사업자의 위탁을 받아 가공한 의류를 중국 등 외부로 수출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북중 중개무역을 하고 있는 단둥 내 한 민간 사업장에서 북한으로 들여보내는 의류 관련 원단, 상표 등 관련 자재를 확인했습니다. 이 곳에는 북한에서 만들어 온 샘플, 즉 견본 의류 세벌이 걸려 있었습니다.

카스컨설턴시 관계자는 “중국 민간 사업자들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원료, 자재 등을 들여보내면 북한에서 완제품이 나온다”며 “북한에 발주를 주는 방식으로 돈을 번 중국인들이 꽤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따르면 북한의 섬유, 즉 의류는 수출이 금지돼 있습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임가공품 수출은 금지돼 있으며 현재는 북한에서 나오는 의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안다”며 “옷감 등 의류 관련 자재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지만 북한에서 만들어진 의류 자체는 제재 대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단둥 시내와 외곽 곳곳에서는 정제유를 담는 플라스틱 용기를 탑재한 북한의 대형 화물차도 포착됐습니다. 이 대형 화물차들에는 ‘평북’이라는 북한 지역명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취재진과 동행한 카스컨설턴시 관계자는 “북한 화물차들이 단둥으로 나올 때마다 기름통을 가득 채운 뒤 북한으로 돌아간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정제유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제대로 이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르면 대북 원유와 정제유 수출은 1년에 각각 400만 배럴과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습니다. 북한 화물차들이 소규모로 나르고 있는 정제유의 양을 중국 당국이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정제유 같은 경우 북한이 1년에 50만 배럴까지 수입할 수 있습니다. 소량으로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은 중국 세관이 잡을 수 없습니다. 현재 중국이 항목별 무역 (세부)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정확한 관련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과 접하고 있는 중국의 단둥 곳곳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구멍 뚫린 현장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단둥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북한 무역인사로부터도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응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둥 주재 북한 무역인사: 더운 지방 사람이 이에 맞춰 면역이 되듯이 이렇게 제재가 심하면 제재에 맞춰서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람은 다 살아가게 돼있어요.

이 인사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현재 상황이 “힘들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돈 벌 것은 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국제사회 대북제재 이행 여부에 대해 “큰 나라니까 당연히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심층취재, 북중접경지역을 가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구멍’ 뚫린 대북제재편을 보내드렸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단둥 내 북한 근로자들의 실태편을 전해드립니다. 많은 청취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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