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화기애애’ 환담에서 회담 결렬까지…급반전된 회담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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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북 정상 간의 합의가 결렬되기 전까지 양측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한 민감한 질문에 대해 대신 답변하면서 김 위원장을 배려하는 모습까지 보였는데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전용차량에 탑승해 급히 회담장을 떠난 시간은 베트남, 윁남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 25분. 화기애애했던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분위기가 급반전된 순간이었습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미북 정상은 서로 미소를 지으며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낙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단독회담과 협상 실무자들이 배석하는 확대회담에 앞선 두차례 모두발언에서 북한과의 관계가 좋다는 점을 연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날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미북은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이후에도 만남을 지속할 겁니다. 우리는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를 나눴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의 관계가 굉장히 좋다는 겁니다. 관계가 좋으면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기자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이에 “모든 것을 논의하고 있다”며 대신 답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기자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나”라고 큰 소리로 질문하자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얘기하는 것처럼 큰 목소리로 묻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한 것에 대해선 “최고의 답변”이라며 흡족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이 궁극적으로는 아주 큰 성공으로 가고 있다”며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것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 역시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이날 오전 본격적인 단독회담에 들어가기 앞서서는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으로 믿는다”며 “그동안 우리는 많이 노력해왔고 그걸 보여줄 때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미북 정상은 이렇게 낙관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중한 발언을 함께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날 오전 미북 정상이 내놓은 발언을 보면 그동안 양측의 협상이 순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짐작케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합의문 채택이 불발된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비핵화에 대한 미북 간의 입장 차가 여전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초조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양 정상의 확대회담 모두발언이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같은 입장을 드러낸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 : 우리가 충분히 이야기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1분이라도 중요하니까요.

확대회담에 배석했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자들을 내보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며 회담의 속행을 요구했습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단독회담 모두발언 직후에도 “우리한테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도 “속단하지 않겠다”, “예단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8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결국 확대회담을 마지막 일정으로 회담장을 떠났습니다.

양 정상은 아직 후속 협상에 대한 일정은 잡지 않았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북한과의 다음 회담은 조만간 열릴수도 있고 올해가 지나야 가능할 수도 있다”며 “조만간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