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6자회담 앞서 미북간 합의 이뤄야”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9.04.26
six_party_talks_b 2008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모습.
ASSOCIATED PRESS

앵커: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다시 거론되고 있는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 간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1990년대 중반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는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현재로서는 6자회담 재개가 북한 비핵화 회담의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 6자회담 그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주요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이 양국 간 입장 차이를 극복하고(come to a resolution of their differences), 6자회담 형식에 불만이 없다면 물론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미북 간 핵 합의를 도출해 내는데 있어 6자회담의 이점은 없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현재 남북한 혹은 미북 간 양자 대화에서 소외된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 협상에 관여하려는 속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미북 입장 차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너무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6자회담은 비핵화 협상을 더 복잡하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면 미국은 북한을 침공하거나 정권을 교체하지 않겠다는 체제 안전 보장을 해 줄 수 있습니다. 미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북한에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첫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후,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을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 체계가 가동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도 26일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6자회담이 유일하게 효과적 방법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2003년 남북한과 미국·일본·중국·러시아의 참여로 시작된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2008년 12월 수석대표회의 개최 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톱 다운’ 방식 즉 정상 간 직접 협상 우선 방식에 우려하고 있었는데 하노이에서 그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다자간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힐 전 수석대표: 저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이후부터 정상 간 담판을 하는 ‘톱 다운’ 방식에 대해 우려해 왔습니다. 북한이 더 나은 협상을 위해 여기 저기 기웃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북한이 지금 러시아나 중국 등을 통해 그렇게 하고 있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가 방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미국과 일치된 대북 행보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6자회담 등 다자회담은 여러 관련국 간 엇갈린 이해 관계로 인해 비핵화 진전의 속도만 늦추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입니다.

한편, 유럽 브뤼셀 자유대학 유럽학연구소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한국석좌도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북 양국이 합의만 한다면 미북 간 양자대화와 병행해 6자회담을 개최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6자회담은 미북 간 양자대화보다 좀 더 폭넓은 역내 안보 문제와 경제 지원 문제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파체코 한국석좌는 그러면서 유럽연합과 유엔 등 다른 관련국들도 북한과 경제 관련 논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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