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합의문에 ‘검증 가능한’ 비핵화 빠져”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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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사진 - 연합뉴스

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북정상이 사상 최초로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는 점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합의는 미북 사이에 있었던 기존의 비핵화 관련 합의들보다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장을 역임한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이번 합의문에 북한 비핵화 검증 내용이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이번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윤덕민 전 원장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목용재: 원장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양보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과거 미북 혹은 6자회담의 틀에서 나온 비핵화 관련 합의문들과 비교했을 때 진전된 결과라고 평가하십니까?

윤덕민: 합의문 자체만 두고 봤을 때 과거 합의문들보다 진전됐다고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회담을 했다는 겁니다. 27년 가까이 북한과 국제사회의가 북핵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협상을 벌여왔는데 이 가운데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다는 점만으로도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미북회담이 정상 간의 회담이었다는 점에서 합의문에는 원론적인 내용들만 포함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내용들은 앞으로 있을 실무 고위급회담을 통해 논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양측은 합의문 제3항에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명시했습니다. 그렇지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가 명시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윤덕민: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란 표현은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서 사용된 문구를 다시 사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합의문에는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 즉 ‘Complete’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firm and unwavering’이라는 표현도 있는데요. 이는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부족한 점은 ‘검증 가능한(verifiable)’이라는 표현이 이번 합의문에 빠졌다는 겁니다. 이같은 표현이 들어갔다면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하는 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합의문에 명시된 것이라고 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문에는 검증과 관련된 부분이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결국 앞으로 열릴 미북 간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북 비핵화 검증 방법이 다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검증 밖에 없기 때문에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이번 합의문의 경우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북한 비핵화의 핵심은 검증과 사찰인데요. 이같은 미북 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가 이행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윤덕민: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합의를 이뤘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이번 합의문의 기본 구조는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는 대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결국 체제 보장의 방법은 미북 사이의 국교정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과제는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이는 미국의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북한은 완전히 핵을 폐기하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해야 합니다. 미북의 이같은 조치들이 서로 맞물려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체제 보장을 위한 미국의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합의문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데 이번 회담이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느정도 수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상회담에서는 원론적인 내용만 다뤄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실무회담에서 이 문제들이 어떻게 논의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목용재: 향후 미북이 후속 회담을 통해서 북한 비핵화 방안을 구체화시킬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향후 미북 회담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전망 부탁드리겠습니다.

윤덕민: 사실상 이번 미북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양측의 소통 통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사이에 있었다고 봅니다. 이같은 소통 통로가 고위급회담으로 연동돼 가동되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일련의 과정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미북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한다고 합의한 내용도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향후 어떤 후속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보십니까?

윤덕민: 새로운 미북관계라는 것은 미북 간의 국교정상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에 대해 새로운 전략적 관계 수립을 요구해왔습니다. 북한은 미국에 한미 동맹보다 더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 미국의 대중 전략에도 북한이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주장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이번 합의문에 포함된 ‘새로운 미북관계’는 이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조항을 이행하기 위해 우선 양측이 제일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미북 간의 연락사무소 설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에도 미북은 상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결국 연락사무소 설치는 무산됐습니다. 이번에는 양측 간의 연락사무소 설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목용재: 합의문에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미북이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이 조항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윤덕민: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전상태를 항구적인 평화상태로 전환시키는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요. 4자회담과 6자회담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논의가 진행된 겁니다. 미국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 향후 한국과 북한, 중국 등 당사국들과 협의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목용재: 정상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의제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추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향후 주한 미군 문제는 어떻게 다뤄질 것이라고 보십니까?

윤덕민: 지금까지 미국의 고위 관료들은 주한미군 문제는 북한과 관련이 없고 동맹 차원의 문제라는 식으로 선을 그어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폭탄발언’ 식의 주장을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비즈니스 맨’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 한미 동맹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한미 동맹과 관련해서는 궁극적으로 한국이 주둔비용을 더 내야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주한미군과 관련된 언급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논의할 내용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언급돼야 할 부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주한미군 발언에 대해 미국 행정부 내의 인사들도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 고심하고 있을 겁니다.

목용재: 네 알겠습니다. 원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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