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결렬된 후 지난 한달 간 미북 양국은 별다른 대화나 행동없이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부터 하노이 회담 후 미북협상 상황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 하노이 회담이 열린 지 한달이 지난 현재 미북관계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윤 전 대표 : 우선 하노이 회담이 아무런 합의문 없이 끝난 것은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대부분의 정상회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것과 달리 양국 지도자들이 회담장을 떠났기 때문인데요.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회담이 결렬된 이유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특히 회담 결렬 이후로도 미국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할때까지 제재 완화도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북관계는 멈춘 상태(standstill)로 양국은 서로 먼저 움직여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기자 : 미국이 대북제재를 통한 최대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재무부가 결정한 대북제재를 독단적으로 철회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는데요. 대통령이 자신의 정부 부처와 입장을 달리하는 것 같습니다.
윤 전 대표 :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 부처들간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재무부 뿐 아니라 국무부, 볼턴 보좌관 등과도 의견이 다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을 자신의 성과로 돌리는 것이 첫번째 목적입니다. 그에게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한 것은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입니다. 특히 내년에 대선이 열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북한의 핵, 미사일 시험이 없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자 : 최근 보도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일부 대북제재를 해제하되 위반행위가 있으면 제재를 다시 복원하는 이른바 '스냅백'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만약 실제 하노이 회담에서 스냅백을 조건으로 미북간 합의가 이뤄졌다면 이를 긍정적인 회담 결과로 평가하시겠습니까?
윤 전 대표 : 만약 하노이 회담에서 어떤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비핵화에 대한 어느 정도 진전을 봤다면 좋은 회담 결과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기만 내걸었지만 미국이 이에 대해 일부 제재를 풀어줬다면 추후 다른 비핵화 조치들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북한이 모든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이를 폐기하는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제재를 풀어주겠다고 했는데 북한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어떤 합의는 아예 아무런 합의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Some deal is better than no deal.)
기자 : 최근 미국과 북한 모두 중국, 러시아와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 보십니까?
윤 전 대표 : 현재 미국은 북한이 행동에 나서길 기다리는 중입니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당연히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밀착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북한이 우선시하는 목표 중 하나는 국제사회를 분리시키는 것입니다. 한미 사이에서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것과 같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 둘을 갈라놓으려 하는 것입니다. 이는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기자 :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한국 정부의 역할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윤 전 대표 : 대북정책에 관한 한국 정부의 역할과 이에 대한 평가의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국내 정치와 깊이 연관됩니다. 문재인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안보나 외교 보다는 보수와 진보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평가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더라도 보수파는 이를 비판할 것입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미북 협상에서 최선을 다했고, 어떻게든 협상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것은 문 대통령에게 어려운 숙제를 안겼습니다.
기자 : 정보 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은 위성사진 자료를 토대로 북한이 미사일 시험 재개 등 곧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는데요.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보시나요?
윤 전 대표 : 이러한 분석은 순전히 추정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 도발하는 데는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미국, 중국 지도자와 몇 차례 회담을 가지면서 외교적으로 엄청난 진전을 이뤘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다시 예전처럼 미사일 시험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미사일 시험장에 대한 사진만으로 미사일 시험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 지금까지 김소영 기자가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