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전승절’ 경축행사에 냉담한 북 주민

서울-안창규 xallsl@rfa.org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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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전승절’ 경축행사에 냉담한 북 주민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전승절)인 지난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기념행사가 성대히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앵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69주기를 맞아 중앙과 지방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전승절(7.27 정전협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종 경축행사에 동원된 주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7일 “7.27을 맞아 중앙은 물론 지방에서도 각 기관, 기업소와 근로단체별로 다양한 경축행사가 진행되었다”며 “하지만 경축행사에 참가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때를 연상케 하는 어려운 시기에 요란한 행사를 벌인데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전국 노병대회가 열리고 있는 평양은 물론 지방에서도 26일과 27일에 이어 ‘전승절’을 기념하는 행사가 연이어 진행되었다”며 “27일 아침 8시에 온 기업소 종업원들이 (청진시)포항광장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을 찾아 꽃을 증정하는 행사가 있었고 기업소에 돌아와 전국의 노병들에게 보낸 노동당 중앙위원회 축하문을 낭독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26일에도 기업소의 청년들이 시청년동맹이 조직한 전시가요 대열 합창 행진에 참가했다”며 “이 행사를 위해 일주일 전부터 청년동맹원들이 모두 모여 ‘김정은 장군 목숨으로 사수하리라’, 7.27 행진곡’을 비롯해 전쟁 시기에 창작된 여러 전시가요를 행진하며 합창하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전시가요 합창 행진이 끝난 뒤 포항광장에서 청년들과 여맹원들의 무도회가 있었고 도립극장에서는 경축공연도 진행되었다”며 “25일에도 3방송(유선방송)을 통해 진행하는 강연회가 있었고 도혁명사적관을 참관하는 등 올해는 정주년이 아닌데도 크고 작은 행사가 많이 진행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종업원들, 특히 청년들의 행사 참가율이 저조하고 사람들의 얼굴표정도 밝지 못했다”며 “여러 행사 중 제일 크고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는 동상 참배 행사만 보더라도 전체 종업원의 30%가 참가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그 이유는 올해 특별히 생활고가 깊어지면서 종업원들속에서 당국이 벌이는 정치행사보다 내 가족의 생계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깊어진데 있는 것 같다”며 “무슨 기념일 때마다 벌이는 요란한 정치행사가 돈벌이를 위한 장사 등 주민들의 생계 활동에 방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양강도 대홍단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우리나라에서 시골 중의 시골인 대홍단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며 “여맹이 조직한 여러 행사에 참가한 여성들 대부분이 억지로 행사장에 끌려 나온 것이 역력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27일 아침 김일성 김정일의 모자이크 벽화에 꽃을 증정하는 행사에는 여맹원대부분이 참가했지만 다른 행사는 그렇지 못했다”며 “며칠에 걸쳐 군 여맹이 조직한 녹음강연, 웅변대회 등 다른 행사에 여맹원들이 집합하지 않아 행사가 늦게 시작되는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26일 여맹원들의 웅변모임이 있었는데 100명 정도 되는 좌석 절반이상이 텅비어 여맹 초급간부들이 행사장 주변의 집을 돌며 한 명 한 명 여맹원들을 데려오느라 행사가 40분이나 늦게 시작되었다”며 “당장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참가인원이 부족해 여맹 간부들이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인원을 모집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여느 때와 다른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생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행사가 진행되든 말든 관심이 없다”며 “당국에서는 주민들이 전혀 반기지 않는 정치행사는 줄이고 그 진행 방식도 확실히 바꾸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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