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동시적∙병행적 진전’ 발언은 “기존입장…비건 위상 강화해야”

워싱턴-김소영 kimso@rfa.org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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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동성명 서명식 모습.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동성명 서명식 모습.
/연합뉴스

앵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합의 내용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시키겠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재표명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비건 대표가 미북협상의 직접적인 정책 결정자가 아닌 만큼 이러한 기조가 앞으로 미북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프랭크 엄(Frank Aum)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 연구원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건 대표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전부터 미국의 유연한 접근을 말해왔다며 최근 나온 언급 역시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엄 선임 연구원: 비건 대표는 올 초 스탠포드대학에서 ‘미국은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와 평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에 대해 일관적인 입장을 보였고, 이번 발언에서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앞서 오는 30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리 한국을 방문한 비건 대표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28일 말했습니다.

엄 선임 연구원은 비건 대표가 최근 미국 워싱턴의 한 행사에서 한 기조연설에도 “미북 모두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며, 이는 공식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여러 차례 유연한 입장을 말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대화 재개에 대해 어떠한 신호도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매닝(Robert Manning) 미국 애틀란틱카운슬 선임 연구원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건 대표의 발언이 미북협상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라면서도 이것이 실제 북한의 마음을 움직일지는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비건 대표가 미북 간 실무협상을 주도하는 주요 인물이기는 하지만 결국 정책 결정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다는 것입니다.

매닝 선임 연구원: 비건 대표가 하는 말은 모두 옳습니다. 문제는 그가 정책 결정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매닝 연구원은 북한 정권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비건 대표가 유연한 자세를 강조하며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전달해도 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그 동안 북한 관영 매체들은 비건 대표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미국 행정부를 비난해왔습니다.

매닝 연구원은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비건 대표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대통령 특사(presidential envoy)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 담판을 추구해왔던 북한도 비건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직접 전하는 특사가 되면 최소한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매닝 연구원은 또 동시적∙병행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제공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회담을 시작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임스 줌왈트(James Zumwalt)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건 대표의 이러한 발언이 북한과 협상을 이어가기 위한 미국의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이 곧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줌왈트 전 부차관보 역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미북 실무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국무부는 미국에 셈법을 바꿔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밝힌 27일 북한 외무성 담화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미북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있다”는 비건 대표의 발언과 함께 “우리는 협상을 위해 계속해서 북한의 협상 상대들을 초대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The United States remains ready to engage in constructive discussions with North Korea to make progress 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towards the goal the two leaders set out at the Singapore summit of transformed U.S.-North Korea relations, building lasting peace, and complete denuclearization. We continue to invite our counterparts for negoti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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