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북한이 한국에 보내는 풍선에 생화학무기를 실어보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풍선을 활용한 생화학공격은 풍속 등 여러 환경의 영향을 받아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주 의원은 지난 11일 당 ‘한반도위기관리TF 긴급회의’에서 “북한이 풍선에 생화학무기를 실어보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를 향해 “지금이라도 요격 체계와 지침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북한이 풍선에 폭탄이나 생화학무기를 실어보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습니다.
염태영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인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북한의 오물풍선에 생화학무기가 담겼다면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문제 제기와 관련해 한국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12일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 관련 생화학 공격 위험성 진단’ 보고서에서 “풍선을 활용한 생화학무기 공격은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략연은 보고서에서 “생화학작용제를 탑재한 풍선이나 열기를 통한 북한의 대남공격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작전에서는 풍향, 풍속 등 여러 환경적 요소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기온이 낮고 풍속이 높은 경우 풍선은 한국측으로 빠르게 날아갈 수는 있지만, 이 경우 공중에 살포된 생화학작용제도 빠르게 넓은 지역으로 흩어져 농도가 희석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전략연은 “만약 생화학작용제가 공중에서 살포돼 바람 등에 의해 반수 치사량(LD50) 이하 농도로 희석된다면, 대량살상무기(WMD)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수 치사량(LD50)은 생화학무기의 효과를 측정하는 기본 척도로, 특정 구역 내에서 작용제에 노출된 인원의 절반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양 또는 농도 등을 표시하는 수치입니다.
그러면서 전략연은 “전략적ㆍ전술적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강력한 제재, 한국의 상응한 공격 등을 감수하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생화학작용제 살포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전략연은 북한이 풍선이 아닌 무인기(drone) 혹은 AN-2기 같은 기존 비대칭 전력 등을 통해 생화학공격에 나설 경우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정책연구소인 전쟁연구소(ISW)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에서 최루탄 일종인 CS가스를 무인기에 실어 우크라이나 진지에 투하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통해 한국 영공을 침범한 바 있으며, 북한이 약 300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련제 AN-2기는 북한 특수부대원들의 수송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략연은 “최근 북한이 ‘새로운 방식’의 대남공세를 거론하는 만큼, 풍선보다 정밀하고 활용성 높은 생화학 공격수단으로서 무인기와 같은 기술적 장비 사용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밖에 평시에 풍선을 활용해 생화학작용제를 살포하는 것은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는 방안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울시가 지난 10일 시청 본관에서 개최한 ‘통합 방위회의’에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생화학무기 관련 물질을 풍선에 넣어보내는 것은 일종의 선전포고에 준하는 행위”라며 “북한이 그러한 도발 행위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생화학무기를 담았을지 모르는 북한의 풍선이 한국 땅에 떨어지기 전, 격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합동참모본부의 이성준 공보실장은 10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공중에서 요격하는 것이 더 많은 위험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공중 격추 방식이 오히려 풍선에 담긴 오염물(위험물)의 분산, 요격탄 낙탄 등을 불러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낙하할 때까지 기다려서 그 이후에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현재도 그렇게 작전을 하고 있고요. 공중에서 그것을 요격하는 것은 더 많은 위험과 부담이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