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주민강연회에 전화 소지 금지한 이유
2023.01.09
앵커: 북한 당국이 최근 당 정책을 선전하는 주민 강연회나 학습회 참가자들의 손전화 소지를 금지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9일 “오늘 은산군 문화회관에서 진행되는 여맹학습에 참가하러 갔다가 회관 입구에서 손전화를 회수 당했다”라면서 “이런 사례는 처음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개인의 손전화를 회수한 사람은 여맹위원장이었다”면서 “그는 당정책 학습회가 진행되는 장소에 손전화를 소지하고 입장하는 것을 통제하라는 당국의 지시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여맹학습에 참가한 읍내 여맹원은 80명 정도이며, 그 중 손전화를 회수당한 여맹원은 20명 남짓하다는 게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1시간 반 진행된 집중학습이 끝나고 나서야 여맹원들은 회수당했던 손전화를 돌려받았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여맹원들의 집중학습은 제8기6차 당 전원회의 내용을 듣고 필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면서 “이에 여맹원들은 무조건 인민들의 노력과 투쟁을 반복해서 요구하는 당정책 내용이 무슨 비밀이라고 손전화까지 회수하면서 요란을 떠느냐며 볼멘소리를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7일 “어제 낙원기계연합기업소에서 진행된 주민 강연회장에 들어갈 때 손전화를 소지한 노동자들은 강연회가 진행되는 소회의실 입구에 손전화를 바쳤다가 강연회가 끝나고 되돌려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 선전선동부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강연회 장소에 들어가기 전 개인 손전화를 회수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면서 “(김정은생일) 특별경비기간에 진행되는 강연이어서 임시적으로 통제하는 것인지, 아니면 손전화 녹음에 의한 강연내용 유출 우려 때문인지 설명은 없었지만 앞으로 강연회 때마다 이런 통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날 북한 당국이 진행한 강연은 올해 신년과제로 제시된 제8기6차 당 전원회의 결정서 내용을 선전하고 결정서 내용을 관철하자고 선동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올해 들어서자마자 당국이 주민 강연회에 손전화 소지를 못하게 하는 것을 두고 노동자들은 강연회 내용을 녹음해 유출시킬까 우려되어서 통제하는 것이라며 자나깨나 주민통제에만 신경쓰는 당국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2020년 12월 외부 영상물 유포자를 최대 사형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습니다. 그후 실제로 지난해 10월 한국 드라마 등을 유포한 10대 청소년 2명을 공개처형하는 등 단속을 크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