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순항미사일 명칭 변경해 위협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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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은 최근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화살-2형'에서 급작스럽게 변한 명칭과 관련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위협을 높이고 불안을 고조시키려는 북한의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25일 전날 미사일총국이 개발 중인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의 첫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불화살-3-31형’의 발사장소, 비행시간, 고도, 경로 등 세부사항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미사일 명칭(코드명)과 관련해 한국국방연구원의 신승기 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이미 화살-1ㆍ2형에 대해 전술핵을 탑재해 운영하는 전략순항미사일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며 “이번에 ‘불’이라는 단어를 추가한 것은 위협을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신 연구위원은 또 “이번 미사일 명칭 끝에 ‘31’을 덧붙인 것은 한미의 판단을 헷갈리게 하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앞서 2022년 10월 ‘화살-1형’ 발사에 대해 전술핵 운용부대들에 작전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라고 표현했고 2023년 3월 ‘화살-1ㆍ2형’ 발사 때 모의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공중 폭발시켰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신승기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북한이 이미 화살 1ㆍ2형 자체에 전술핵을 탑재해서 운영하는 순항미사일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했던 것 자체도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거든요. '31'이라고 추가로 넣은 것은 아마 한미가 판단하는 것을 좀 헷갈리게 하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신 연구위원은 북한이 ‘첫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미사일의 최대 성능을 구현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전반적인 체계가 문제없이 작동하는지 안정성을 확인하려는 시험발사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신 연구위원은 “북한이 설계상 목표로 했던 전략순항미사일 최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 시험할 것”이라고 밝혔고 “최대 성능을 구현했을 때에는 비행시간 등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자신들의 무기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량ㆍ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명칭을 통해 과시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일에는 동해에서 수중핵무기체계 ‘해일-5-23형’ 시험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는 기존 ‘해일-2형’에서 급작스럽게 새로운 명칭이 부여된 것으로, 양 연구위원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궁금증을 증폭시켜 위협의 수준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이 무기체계에 새로운 명칭을 잇달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자신들이 대단한 것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일종의 인지전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며 “북한의 의도는 한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아직 기본적인 성능 검증을 하는 단계이며 저공침투 비행, (지형을 고려해 고도를 바꿔 비행하는) 지형추적 비행 등 고도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한 단계 진화해 고도의 임무를 수행할 수준이 된다면 한국으로서는 방어가 굉장히 까다로워진다”고 진단했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지난번 해일도 마찬가지고 뭔가 굉장히 많은 개발을 했다, 계속적으로 개량을 통해서 성능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이름을 통해서 과시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우리를 막 불안하게 만들고 자기들이 대단한 것을 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일종의 인지전 접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각종 센서, 구동장치 등 유도조종장치는 까다로운 기술이며 대북제재로 인해 관련 부품의 구매가 어렵다”면서 “이런 부분에 있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다면 북한의 많은 고민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센터장은 또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터보팬(Turbofan) 제트엔진 등 소형ㆍ경량화 관련 기술을 지원 받는다면 보다 큰 탄두를 순항미사일에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씨어도어 포스톨 미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과학·기술·국가안보정책 명예교수도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유도조종장치 기술, 터보팬 제트엔진 등을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북한이 매우 발전된 순항미사일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장 센터장은 고도화된 북한의 전략순항미사일을 요격하기란 굉장히 어렵다며 미사일 방어체계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과 동시에 대량응징보복체계(KMPR)를 고도화해 억지력을 키우는 노력을 병행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센서라든가 구동기 같은 것들을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든 구성품 수준에서 받는다고 하면 북한의 상당한 고민이 많이 해결이 되겠죠. 매우 저고도로 비행하거나 기동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하거나 그러면 요격하는 것이 상당히 제한되는 겁니다.

다만 양욱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자신들의 핵 관련 기술을 손쉽게 제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러시아의 전략순항미사일 기술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신승기 연구위원은 한미의 탐지ㆍ대응자산이 대체로 잘 구축되어있다고 평가하며 조기에 (북한의 순항미사일을) 탐지해 지속 추적한다면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