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019년 북한을 방문해 암호화폐 관련 강의를 한 혐의로 미 당국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Virgil Griffith)에 대한 최종 선고 공판이 가까워지면서, 그리피스 변호인과 미 검찰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앞서 검찰은 그리피스에게 최대 6년 6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연방법원 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그리피스 변호인은 6일 그리피스에게 24개월 징역형과 최대 2만5천 달러의 벌금, 사회 봉사를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재차 요청했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재판부에 제출한 서한에서 뉴욕남부 연방검찰이 앞서 그리피스와 관련해 63~78개월 징역형과 최대 1백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형을 구형한 데 문제가 있다며 반박했습니다.
변호인은 그리피스가 이미 10개월 동안 구속 상태였고 이전 19개월 동안은 가택연금에 처했다는 사실을 검찰이 간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리피스가 방북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고, 그가 과거 연구원, 학자 등으로 근무했지만 향후 동일한 직업을 갖기 어려워져 사실상 1백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은 그의 평생 수입을 모두 몰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인은 또 그리피스가 익명으로 단기간 동안 사용할 대포폰과 노트북을 북한에 가져갔다는 사실과 관련해, 그가 북한 당국에 개인적인 기밀 정보 등을 압수당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기기를 북한에 가져간 것이라며 미 당국에 방북 내용을 숨기려던 목적은 아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그리피스는 지난 2019년 4월 북한을 방문해 암호화폐에 대한 강연을 한 후 그 해 11월 미 당국에 체포됐고, 2021년 9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 공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 측 주장과 달리 검찰은 앞서 지난달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에서, 그리피스가 북한에서 개인 간 주고받은 메시지를 암호화 처리하는 휴대폰 앱인 텔레그램을 사용한 후 계정을 삭제했고, 미 당국이 그의 대포폰을 복구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리피스의 노트북은 싱가포르 당국이 복구한 것으로, 노트북에서 발견된 증거 역시 그리피스가 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제출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이어 그리피스가 지인과 나눈 이메일을 근거로, 그가 미 당국에 협력한 이유는 그의 방북 사실이 이목을 끌기 시작하면서 미 당국이 이미 이를 알아챘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검찰은 그리피스가 북한에서 강연한 암호화폐 관련 내용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울 수 있다는 점을 그가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평양 암호화폐 강연에서 찍힌 칠판 사진을 토대로, 그리피스가 북한 화폐를 미국 달러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로 바꾸는 방법과, 암호화폐의 일종인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통해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방법도 강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피스는 해당 강연 이후에도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하드웨어 지갑 등을 가지고 북한에 되돌아갈 계획을 세웠고, 북한에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다른 전문가들을 모집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또 그리피스가 강연료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북한에 '이더리움 노드(node·가상화폐 거래가 유효한지 확인하고 중복거래를 막는 정보를 가진 일종의 서버)' 구축을 고려하는 등 향후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방북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외에도 그리피스는 2019년 미 연방수사국의 조사를 받는 동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카리브해 리워드 제도 최북단에 자리 잡은 섬나라인 세인트키츠네비스 연방의 시민권을 10만 달러에 구입하는 방법도 모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피스에 대한 최종 선고 공판은 오는 12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