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북 해커들, 김정은 ‘군함 건조’ 지시에 한국 조선사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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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배를 건조하는 한국 내 주요 조선사에 해킹 공격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중대형 군함을 만들라는 김정은 당 총비서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선박용 엔진 등을 생산하는 평안북도 북중기계연합기업소를 시찰했다는 소식을 보도한 북한 관영매체.

이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현장에서 선박공업 발전과 해군 군사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에 앞선 지난 8월 말엔 해군절을 앞두고 해군사령부를 찾아 전쟁 준비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내에서 해군 전력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한국 국가정보원은 4일 북한이 최근 배를 만드는 한국 내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해킹 공격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지난 8~9월 북한 해킹 조직이 한국 내 주요 조선사에 공격을 시도한 사례를 여러 건 포착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 해킹 조직은 정보기술(IT) 유지·보수 업체의 단말기를 점거해 우회적으로 침투하거나,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전자우편을 통해 악성코드를 설치하는 수법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해킹 조직들이 한국 조선 업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해군 무력 강화와 선박 공업 발전을 중요 노선으로 제시한 김정은 총비서의 중·대형 군함 건조 지시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정권수립 75주년, 이른바 ‘9·9절’을 앞두고선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 건조 사실을 공개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의 말입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 (지난달 8일):북한이 어려운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헛된 무기 개발에만 집착하고 부족한 자원을 탕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개탄합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북한이 앞으로도 주요 조선 업체와 선박 부품 제조업체 등에 대한 해킹 공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국정원은 이에 대비해 북한이 해킹을 시도한 업체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보안 대책을 지원하는 한편, 해킹 공격이 예상되는 업체들에도 자체적인 보안 점검을 요청했습니다.

이와 함께 조선 업체들에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분리할 것과 원격 접속용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점검할 것, 불분명한 전자우편과 웹사이트 열람을 금지시킬 것 등 보안 수칙 준수를 당부했습니다.

한국 내 수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관할하는 공기업에 가해진 해킹 공격 배후에 북한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여당 국민의힘 소속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을 대상으로 최근 7년 동안 4백 건에 달하는 해킹 시도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킹 시도 원점 국가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미국, 중국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이는 공격 시도자의 마지막 주소를 근거로 한 것인 만큼 위장됐을 가능성도 있어 해당 국가에서 공격을 시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사이버 공격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고도화되고 있는데다, 지난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발전소 도면을 유출한 북한 해킹 조직이 최근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지속적인 공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강력한 보안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앞서 북한 해커들은 지난 2014년 말 한국수력원자력의 조직도와 원자력발전소 설계도면 등 모두 85건의 자료를 6차례에 걸쳐 빼낸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