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가 날로 커지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맞선 장기적 대응을 위해 자원을 확충하고, 제도적인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벨기에(벨지끄) 브뤼셀자유대학 유럽학연구소는 14일 발간한 '사이버, 에너지, 해안, 무역 안보 분야에 대한 한국의 자세(South Korea's positioning towards cyber, energy, maritime and trade security domain)'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직면한 새로운 안보 문제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보고서의 저자 중 한 명인 이 대학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Ramon Pacheco Pardo) 한국석좌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더 이상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전통적 군사적 위협에 맞선 안보 정책에만 초점을 둘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파체코 파르도 석좌: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집중해왔는데 북한이 실제 한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북한에 의한 수많은 사이버 공격입니다.
보고서는 200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한국 정부 및 민간기업, 개인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 동향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공격은 남북 관계 변화와 관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2018년 4월 이후 3번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문재인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 구축을 목표로 한 대북정책을 펴면서 남북간 군사적 갈등이 줄어들었지만 이 기간 북한 당국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 횟수와 강도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2019년 1월 한국 통일부의 기밀정보를 노린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있었고, 올해 1~2월 코로나19 관련 이메일 피싱 공격만 7만 3,000건에 달합니다.
보고서는 문재인 행정부에 들어 사이버 공격에 대한 민간 부문 억지력을 강화하고, 국제적 공동 대응을 위해 국가 간 협력을 늘리는 등 새로운 사이버 정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날로 발전하는 북한의 공격에 맞설만한 자원 및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파체코 파르도 석좌는 북한이120여개 부서 내 7,000명의 사이버 관련 인력을 보유하며,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해킹 조직을 운영하는 데 반해 한국은 북한 뿐 아니라 최근 증가하는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막아낼 만한 인력이 부족하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또 현재 작전 관할구역이 육·해·공으로 제한된 한국의 통합방위법에 사이버 공간을 추가하는 등 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파체코 파르도 석좌: 현재 한국 정부가 새로운 미사일 시스템 도입 등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는 만큼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 유럽 등은 사이버 공격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대비하는 반면 한국은 할 수 있는 만큼 대응력을 개발시키지 않았습니다.
최근 한국 내에서는 미국, 일본, 영국과 달리 한국에 사이버 관련 전담 부서가 없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부서 설립을 통해 한국군이 사이버공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 남북 협력을 통한 러시아 가스관 건설사업에 주목했습니다.
보고서는 남북간 갈등 고조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가스 에너지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반대로 이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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