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불법적인 사이버 활동을 통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 확보 동향을 주시하는 한편 이를 차단할 구체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등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며 도발을 감행한 북한.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 가운데 불법적인 사이버 활동을 통해 확보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이를 차단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을 통한 북한의 핵·미사일 자금 확보를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또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는 유선 협의를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기 위해 암호화폐 탈취 등을 통한 핵·미사일 자금 조달을 차단하는 노력을 배가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차단을 위한 한미 간 노력의 대표적 사례로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 실무그룹 회의를 강조했습니다.
이 회의는 양국의 북핵차석대표가 수석대표를 맡아 지난 8월 미국에서 처음 열렸고, 향후 개최 일정을 조율 중입니다.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규모와 관련해선, 이 당국자는 “현 단계에서 공개적으로 규모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과 연계된 해커 조직들이 올해에만 10억 달러의 암호화폐를 훔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2일에는 미 랜드연구소(Rand Cooperation)가 북한이 그날 하루 동안 미사일 25발을 발사하는 데 7천만 달러 가까운 비용을 지출했다는 분석을 내놓는 등 핵·미사일 개발 자금 출처 규명과 그에 대한 차단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한미일 3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제출하거나 독자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는 한 외신 보도와 관련해선 “언제든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계속 취하고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사이버 공간에서 한국에 대한 불법적인 공격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한국에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식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우려도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윤봉한 동국대 교수는 이날 ‘사이버 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남북 관계 전망’을 주제로 열린 화상 토론회에서, 사이버 공격이 핵 못지않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이 된 현실을 인식하고 제도 정비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윤봉한 동국대학교 교수 :한국 사회가 사이버 보안과 관련한 위험성에 즉시 대처하기 위한 제도나 법을 만들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사회 기반 시설이나 중요 국가 기관, 군 부대가 해킹을 당해도 그에 대응할 법률이 없다는 것입니다.
윤 교수는 북한이 사이버 공간에서 중국으로 우회해 한국을 공격하고 있고, 중국은 이를 용인하면서 간접적·소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은 인터넷 환경이 발달된 만큼 사이버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도, 우회 공격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서 이에 대응할 실체를 찾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윤 교수는 한국 정부가 주도해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민간 차원에서도 이 같은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지원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