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한국 정부로부터 정보 제공 보상금 이른바 '보로금'을 지급받은 탈북민 인원이 지난 2014년 이후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보로금을 지급받은 탈북민 인원이 최근 10년간 최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로금은 탈북민이 한국의 국가안전 보장에 가치 있는 정보나 장비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금으로 통일부가 정보ㆍ장비의 가치에 따라 등급을 정해 지급합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 의원실이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통일부의 ‘2014~2023년 북한이탈주민 보로금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로금을 지급받은 탈북민은 총 64명으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2020년과 2021년 보로금을 지급받은 탈북민은 각각 10명, 5명이었습니다.
지난해 보로금을 지급받은 탈북민 인원이 급격하게 증가한 원인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에 통일부는 이날 “2022년 지급 총 인원수는 2021년 보로금 지급분이 실무적으로 지연 처리되어 증가한 영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보로금 지급인원이 2014~2022년 평균 지급 인원인 35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 배경에 코로나 여파가 관련이 있는지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개인별로 편차가 있어 연관을 지어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지급된 탈북민 보로금 중 1인당 최고액은 1억 4800만 원, 미화 약 11만 700달러였으며 최저액은 100만 원, 미화 약 750달러였습니다.
또 올해 들어 1월부터 4월 말까지는 15명의 탈북민에게 보로금이 지급됐는데 이 기간 1인당 보로금 최고액은 7600만 원, 미화 약 5만 7000달러이며 최저액은 300만 원, 미화 약 2200달러였습니다.
지난해 보로금을 받는 탈북민 인원이 다시 늘고 2014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총 지급액과 1인 평균 지급액이 10년간 최저를 기록했다는 것은 부정적으로 해석될 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지난해 총 지급액은 약 4억 원, 미화 약 29만 9000달러였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총 지급액을 기록했던 2016년(10억 6천만 원, 미화 약 79만 달러)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또 지난해 1인 평균 지급액은 약 6백만 원, 미화 약 4500달러였는데 이는 2021년(9800만 원, 미화 약 7만 3000달러)의 16분의 1 수준입니다.
통일부는 총 인원과 총 지급액, 1인당 최고액과 최저액을 밝힐 뿐 보로금 지급의 구체적인 사유 등 현황과 관련한 상세내역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통일부는 또 보로금 지급 처리를 위해 ‘보로금 지급 기준ㆍ절차 등에 대한 지침’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에 부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1인 평균 지급액의 변동 이유 등에 대해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8년 1인 평균 보로금 지급액이 전년 대비 증가하자 그만큼 탈북민들이 제공한 정보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분석했고 2019년 1인 평균 지급액이 전년에 비해 낮아지자 정보 가치가 다시 낮아졌다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틀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를 제공한 탈북민들은 크게 늘었지만 탈북민들이 제공한 정보의 평균 수준은 도리어 후퇴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편 통일부는 2017년 5월 북한이탈주민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로금 지급 기준을 확대했습니다.
탈북민이 주요 정보를 제공하거나 군함 또는 전투기를 가져올 경우 최대 5억 원, 미화 약 37만 4000달러의 보로금을 받을 수 있으며 전차나 비행기를 몰고 오면 최대 3억 원, 미화 약 22만 4300달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탈북민이 제공한 정보나 장비가 국가안보 및 통일정책에 기여하는 정도가 특별히 클 경우 통일부 장관은 국방부 장관 등과 협의해 10억 원, 미화 약 74만 8000달러까지 보로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보로금 상한을 올리기로 하자 북한은 2017년 3월 관영매체를 통해 ‘비열한 탈북선동’이라며 맹비난한 바 있습니다.
탈북민 정착지원체계가 확립된 1997년 이후 현재까지 가장 많은 보로금을 받은 사람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로 1997년 입국 당시 2억 5천만 원, 미화 약 18만 7000달러의 보로금을 받았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일하다가 2016년 8월 입국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억대의 보로금을 수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