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병 북한군’ 전사자 발생시 탈영 가능성”
2024.10.23
앵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내에서 전사자가 발생할 경우 탈영이 잇따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파병 북한군에 대한 대북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의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 병력 일부가 조만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22일 미국 매체 워존(TWZ)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인터뷰에 나선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정보총국(GUR) 국장은 북한군이 이 지역에 배치된다면 우크라이나군 진격을 막아내는 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러시아 서부에 위치한 쿠르스크주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마주한 곳으로,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은 이 지역을 기습 공격해 일부를 장악한 상태입니다.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쿠르스크주는 격전지 중 하나”라며 “파병된 북한군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박 의원은 “특히 북한군은 산지가 많은 한반도 지형에 특화된 훈련을 받은 부대들이기 때문에 평야지역 전투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향후 전투가 시작되고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북한군 내에서 탈영병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북한군을 구성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을 대상으로 귀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우크라이나군이 효과적인 심리전을 진행할 경우 탈영병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의원은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제공 방법으로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무인기를 제시했습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평야 전투에서 싸우는 경험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북한의 MZ세대들로 구성된 군대잖아요. 북한의 기존 세대와는 의식 수준이 많이 다르고 ‘안전하게 가고 싶은 나라로 인도해 줄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을 준다고 하면 충분히 이탈을 많이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도 2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군이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에 배치되는 만큼 사상자가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와 함께 남 원장도 파병된 북한군을 상대로 대북 확성기 방송, 전단살포 등 심리전을 진행해 탈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남 원장은 또 대북 확성기, 전단 등은 살상무기가 아닌 만큼, 한국 군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과 관련해, 넘지 말아야 할 ‘레드 라인’으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남성욱 원장의 말입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일단 사상자가 나오면 동요가 일어나겠죠. 그렇기 때문에 탈영병들이 생기겠죠. ‘빨리 죽기 전에 우크라이나로 탈출해 와라’ 그런 전단살포 또는 심리전을 해야겠죠.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임수진 연구위원은 22일 ‘북한군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배경 및 함의’ 보고서에서 “이미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이탈자가 발생한 것을 보면, 북한군 내 불만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임 연구위원은 이어 “이미 6명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향후 북한군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며 “‘해외 파병’이라는 특수성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지역에서의 대규모 이탈과 같은 급변사태로 발전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이달 초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도네츠크 근처에서 북한군 장교 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며, 또다른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지난 21일 러시아 당국이 러시아 본토에 배치됐다가 탈영한 북한 군인 18명을 붙잡아 구금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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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제공한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답변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전시에 약 1~3개월 정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무기 등 전쟁물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방정보본부는 또 지금까지 북한이 수출한 물량, 비축량 등을 고려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무기수출 및 군사지원이 전시비축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국방정보본부는 “다만 현재보다 많은 양의 무기수출이 지속될 경우 북한군에서도 교탄 수급부족에 따른 훈련 차질 등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국방정보본부는 북한 내 200여개의 군수공장이 있고 주요 군수공장은 지하요새화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나진항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로 반출한 컨테이너는 약 2만 개 이상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