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축회의 ‘의장국’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 비판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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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약 11년 만에 순회의장국을 맡아 개최된 유엔 군축회의에서 대다수 국가들은 북한의 지속적인 핵과 미사일 불법 개발에 대해 날선 비판 발언을 내놨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한대성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 대사 주재로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 본회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항의와 규탄 목소리로 채워졌습니다.

북한 측 한대성 대사의 개회 발언으로 시작된 이날 회의에서 호주(오스트랄리아), 독일, 나이지리아, 프랑스, 뉴질랜드,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인도, 이란, 한국, 미국, 일본 순으로 발언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첫 발언자로 나선 골리 제네바 유엔 주재 호주 대사는 시작부터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 회원국, 영국, 캐나다 등 수십 개국이 참여한 공동성명을 대표로 낭독하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야심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호주 대사 : 우리는 북한이 순회 의장국을 맡는 기간 군축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군축회의의 가치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에 대해 여전히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같은 회의에 건설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것이 결코 수많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행동에 동의하는 사안으로 해석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어 “어떠한 오해도 피하기 위해 우리의 공통된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고 운을 떼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북한은 최근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물론 2022년 초부터 전례 없는 일련의 미사일 시험을 해왔다”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전술핵무기 운용을 목적으로 삼은 극초음속 추정 탄도미사일은 물론 최소 한 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을 강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 국가는 나아가 “이 실험들은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장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북한의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준다”면서, 북한이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 및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에 복귀하는 것과 더불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에도 서명하고 관련 위반 행위를 멈출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호주 다음으로 발언한 독일은 앞서 지난달 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규탄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등 전세계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참여한 공동성명 내용을 언급하며 북한이 무력도발을 자제하고 외교에 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날 독일 측 대표는 “북한이 식량과 약품 등 인도주의적 물품을 전하는 국제기구와 인도주의 단체의 접근을 쉽게 하는 것과 더불어, 관련 기관이 독립적으로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프랑스, 뉴질랜드 측도 이같은 대북 비판 공조를 이어갔습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역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미국 측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앞서 나온 공동성명 내용 외 따로 무언가를 말할 계획은 없었다면서도,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점은 미국은 앞서 여러번 밝혔듯 여전히 (북한과)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들은 북한의 무기개발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대다수의 의견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북한 측의 한대성 대사는 이날 연이은 북한 무기 개발과 관련된 문제 제기에 “국력 강화를 위한 국가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어떤 나라도 국가정책을 비난하거나 개입할 권리는 없다”면서 반박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같이 쇄도하는 비판 속에 당초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열릴 것으로 사전에 공지된 이날 군축회의 본회의는 약 1시간 10분 가량 진행된 뒤 예정보다 일찍 마무리됐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