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DPAA 국장 “북, 베트남처럼 미군유해 송환해 대미 관계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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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전쟁 발발 73주년을 앞두고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은 북한에 있는 한국전 당시 실종된 미군의 유해 송환 관련해 북한 측의 비협조로 진척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 인도주의적 사안인 미군 유해 송환에 협력하면 미국과 신뢰를 쌓으며 북한에 밝은 미래를 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2일 미 국방부 청사 3층에 위치한 미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 전시공간에서는 전쟁 중 포로로 붙잡혔거나 실종된 미군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매년 제작하는 포스터(전단)를 공개했습니다.


오는 9월 15일 미 전쟁포로∙실종자 기념의 날을 맞아 제작된 올해의 포스터는 검은색 바탕에 미 전쟁포로 및 실종자 깃발이 그려진 빈 의자에 장미꽃 한송이가 놓여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이 자리에는 없지만 그들의 희생은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Though not here, their sacrifice is not forgotten)라는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이날 포스터 공개 행사에 참석한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포스터를 공개하는 행사를 갖고 전쟁포로 혹은 실종된 미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워머스 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전쟁포로가 됐거나 실종된 미군을 찾는 것은 중대한 임무인 동시에 성스러운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문에 그는 이들을 찾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베트남전 당시 전쟁포로로 6년동안 수용소에 수감됐다 풀려난 전 미국 공군 중령과 미군 유해 중 그토록 기다렸던 가족의 신원이 확인된 것을 알게된 가족들이 참석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2년 전 신원이 확인된 '한국전 예수'라 불리는 에밀 카폰(Emil Kapaun) 신부의 종손인 크리스티나 로버츠 미 공군 소령이 있었습니다.

당시 카폰 신부의 유해는 약 700명의 신원불명 전사자들과 함께 하와이 국립태평양기념묘지에 매장돼 있었습니다. 카폰 신부는 1950년 한국전쟁에 군종 신부로 파견됐다가 중공군에 포로로 잡혔고 이듬해 5월 폐렴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북한 벽동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폰 신부는 1954년 포로수용소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출판된 책, '종군 신부 카폰 이야기'를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 포로가 된 상황에서도 부상자를 돌보고 적군을 위해 기도하는 사랑을 실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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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군복을 입은 여성이 크리스티나 로버츠 미 공군 소령 / RFA Photo- 이상민



로버츠 소령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할어버지의 형인 에밀 카폰 신부에 대해 말했습니다.

로버츠 소령: 큰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육군 군종 신부였습니다. 탈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부상자들과 함께 남기로 결정하고 전쟁포로 수용소로 끌려갔죠. 그곳에서 병사들을 돌봤습니다. '선한 도둑'이라고 불렸는데요. 그건 수용소를 몰래 빠져나와 음식을 구한 후 다시 돌아가 병사를 돌봤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해서였죠. 불행히도 병에 걸렸고 수용소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수용소에서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큰 할아버지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분들은 큰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알려지기를 원했습니다. 큰 할아버지는 1951년 경 사망한 듯합니다. 실종됐는데 약 70년 뒤 하와이에서 유해가 발견됐고 제가 유해를 큰 할아버지 고향인 캔사스까지 모시고 오는 대표 역할을 했습니다.

카폰 신부의 유해는 지난 2021년 9월 캔사스로 돌아와 엄숙한 장례미사 후 안장됐습니다.

당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카폰 신부는 부상자를 돌보고 미사를 집전하며 적군을 위해 기도하는 지극한 사랑을 실천했다"며 "포로가 된 극한 상황에서도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카폰 신부의 정신이 우리 국민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에밀 카폰 신부의 헌신을 기리며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 정부는 카폰 신부의 공로를 인정해 최고 무공 훈장인 '명예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로버츠 소령은 에밀 카폰 신부가 미국 정부로부터 '명예훈장'(The medal of honor)을 받은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로버츠 소령:원래 군목이나 군종 신부는 최고무공 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바꿀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했죠. 그런데 큰 할버지와 같이 전쟁포로로 갇혔던 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의회에 요청을 한 거에요. 에밀 카폰 신부가 그 훈장을 받아야 한다고 계속 요청을 한 거죠. 이분들 때문에 의회는 군목이나 군종 신부도 이 명예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승인했습니다. 그리고 몇달 뒤 오바마 대통령이 명예훈장을 수여했습니다.


로버츠 소령은 카폰 신부를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한 조사가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진행 중이라며 큰 할아버지가 성인으로 추대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큰 할아버지가 실종된 후 당시 가족들은 매우 힘들어했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소령:정말, 정말 힘들었다고 합니다. 우리 할아버지를 비롯해,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매일 매일 큰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길 기도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냥 기다라면서 돌아오기를 기도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매우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기도했고 지금 그는 집에 돌아왔습니다. 켈리 메키그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 국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여전히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자 가족을 둔 많은 분들이 북한에 있는 미군 유해가 언제 돌아오는지 계속 질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측에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을 위해 연락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으로부터 답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메키그 국장: 유감스럽게도 진전이 없습니다. 한국 전쟁에서 약 7천500명의 미군이 실종됐습니다. 그 중 5천300명이 북한에 있습니다.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기억할 것입니다. 당시 북한 지도자는 북한 내 미군 유해 송환 뿐 유해 발굴작업 재개를 약속했습니다. 이후 2차례 북한 측과 만났죠. 그 때가 2018년였습니다. 북한과 미군 유해 발굴 재개를 위한 마지막으로 연락이 된 것은 2019년 3월이다. 그 뒤로 북한과 어떤 연락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매키그 국장은 계속 유엔 사령부를 통해 북한 측에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메키그 국장:우리는 유엔 사령부를 통해 여러차례 연락을 했습니다. 이것은 인도주의적 사안이다. 신뢰를 쌓을 수 있고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과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군 유해 7구를 이번 여름 한국에 인도할 것입니다. 한국의 신범철 국방차관이 하와이에 와서 이 유해를 모시고 가고 오는 7월 26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에서 영접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북한은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을 미국에 대한 협상카드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매키그 국장: 우리는 이 사안을 인도주의적인 것으로 보는데 북한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것이 미국에 중요한 것임을 알고 대가로 뭔가를 원하고 있습니다.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같은 거 말입니다. 그들은 협상카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키그 국장은 2018년 7월 북한 측이 55개 상자에 담아 미국 측에 인도한 미군 유해들 신원 파악 현황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매키그 국장: 북한이 2018년 여름 55개의 상자에 담아 일방적으로 인도해준 미군 유해를 저희는 K55라고 부릅니다. 그 중 현재까지 88구의 미군 유해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그 상자에는 90구의 한국군 유해도 있었고 2022년 한국으로 인도했습니다.

미 국방부 청사 내 미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 전시공간에는 북한으로부터 받은 유해 상자를 담은 55개의 관이 2018년 8월 1일 하와이에 도착하는 사진과 이것이 가능하게 했던 미북 정상회담 싱가포르 합의서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보여주는 사진을 담은 액자가 전시돼있습니다. 이 액자에는 당시 관을 덮었던 성조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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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 참고)


메키그 국장은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자 가족들이 북한 내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해 계속 문의하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서 자주 한다고 답했습니다.

메키그 국장:그러나 기억과 이야기들이 다음세대로 가면서 잊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이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45개 나라에서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를 인도주의적 사안으로 보고 협조하고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도 협력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베트남(웹남)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메키그 국장: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10년 뒤 베트남은 미군 실종자 유해 발굴과 관련에 미국에 협력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에 경제제재를 하고 있었지만 미군 유해 발굴 협조는 양국 간 신뢰를 쌓는 기회가 됐습니다. 그 후 10년 뒤 미-베트남 관계 정상화됐고 오늘날 베트남은 여전히 공산당이 통치하지만 평화롭고 번영하는 국가가 됐습니다. 이것이 북한에 귀감이 되길 바랍니다. 북한이 미군 유해 발굴이라는 인도주의 사안에 협력하는 것은 북한의 밝은 미래를 향한 기초를 놓는 것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