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필드 “김정은 유학 경험, 정권에 대한 집념 키워”

워싱턴-김소영 kimso@rfa.org
2019.06.12
Anna_fifield_b 12일 인터뷰 중인 애나 파이필드 기자.
RFA PHOTO/ 김소영

앵커: 한반도 문제를 꾸준히 취재해 온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베이징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가 오랜 취재를 통해 알아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성장 과정과 북한 정권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저서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를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12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파이필드 기자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와 달리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경험했는데요. 이러한 어린 시절 경험이 북한 지도자로서 미북 간 대화나 북핵협상에 어떤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파이필드 기자: 사람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12세부터 16세까지 스위스에서 살았기 때문에 더욱 개방적이고 자유민주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스위스 유학 시절은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언어 문제도 있었고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학교 생활 적응에 힘들어하는 보통 아이에 불과했죠. 이러한 경험은 오히려 그에게 자신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줬을 겁니다. 이러한 생각은 미북 회담에서도 자신의 권력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하게 만들었죠.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정권 보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절대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김 위원장은 북한의 지도자이긴 하지만 여전히 30대 젋은 청년이기도 한데요. 젊은 지도자로서 그 동안의 세계 주요 국가들과 한 정상회담을 평가한다면요?

파이필드 기자: 물론 그 동안 김 위원장에게 정상회담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첫 미북 정상회담을 할 때 많이 긴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회담에서 의연하고 멋진 모습을 보이는 듯 했고, 국가 정상들과 농담을 하면서 권력 경쟁(power game)을 잘 해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이 미국 대통령과 동급으로 마주앉아 회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기자: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원이었다고보도한 후 본인의 책에 기술된 내용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파이필드 기자: 제게 정보를 준 사람의 설명으로는 김정남은 살해되기 전 몇년 동안 CIA에 북한 정권의 정보를 전했습니다. 김정남은 주로 마카오에 살면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 아시아에서도 정보 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정보를 넘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정남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1년 정권을 쥔 후 북한을 떠나긴 했지만 여전히 북한 고위 관계자들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김정남의 친척 중 한명이 말레이시아에서 외교관으로 잠시 머물기도 했고, 처형되기 전까지 장성택과도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여전히 정보 당국에 알릴 만한 내용이 있었을 겁니다.

기자: 현재 중국에 주재해서 김정은 위원장이나 미북협상을 바라보는 중국 현지 분위기를 잘 아실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떤가요?

파이필드 기자: 중국은 미북 간 대화를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습근평(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의 핵실험을 달가워하지 않고 특히 예전에 중국이 항저우에서 개최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한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이 외교적인 (협상)과정을 갖는 것을 원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실 미북회담이 진행되면서 한미간 연합훈련이 중단되는 등 중국에게 이점이 많습니다. 중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미북회담을 장려하는 동시에 북중간 경제 협력을 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대북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좋은 독재자’(good dictator)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파이필드 기자: 만약 당신이 독재자라면 권력을 계속 유지하길 원할 것입니다. 독재자들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동시에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겠다며 보상을 해주죠. 이러한 독재자의 전형적인 교본(playbook)을 생각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이 책을 정석대로 잘 따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좋은 예로 2013년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공개 처형했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는 당시 북한 주민들에게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친척까지 잔인하게 살해할 수 있는 무자비한 사람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기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자연재해 등으로 요즘과 같이 북한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얼마나 오래 갈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파이필드 기자: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할 때 주민들에게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권 하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길 원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평양에 사는 시민들만 생각했지 전체 북한 주민들의 삶은 크게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김정은 위원장은 40-50년 그의 장기 집권이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김소영 기자가 ‘마지막 계승자’의 저자 애나 파이필드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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