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인터뷰] 안드레이 란코프 “중, 자국회사라도 대북 핵거래 용납안해”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6.09.30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 -RFA PHOTO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 -RFA PHOTO

앵커: 중국 단둥에 소재한 훙샹그룹이 지난 몇년 간 북한에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품을 수출한 혐의로 마샤오홍 회장이 당국에 의해 전격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진행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우선 이번 훙샹그룹 사태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란코프: 이것은 아주 갑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중국의 대북정책을 보면, 두 개의 상충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중국은 북한 경제가 흔들릴 수 있는 경제 압력을 가할 마음이 없습니다. 동북 아시아에서의 현상 유지를 바람직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편으로 보면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결코 환영하지 않습니다. 핵보유 국가로서 중국측은 핵무기 확산을 문제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대북 경제 압력을 많이 하지 않고, 국제 제재에 참가하지만, 별로 열심히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핵무기 개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이 부문에서 협력을 절대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한측이 핵무기 개발에 쓸 수 있는 부속품, 자료 등의 무역을 엄격히 통제합니다. 훙샹그룹의 사건은 중국의 이러한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기자:  중국이 훙샹그룹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중국정부의 실천의지, 나아가 자국회사라도 대북 핵거래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봐야하겠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요즘 남한의 사드 배치결정에 불만이 많은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 압력을 완화하기 시작했지만, 핵무기 개발은 여전히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5대 합법적 핵보유국 중 하나입니다. 중국을 포함한 세계 5대 핵보유국은 절대무기로 볼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타 국가가 이러한 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원할 이유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남한에서도, 일본에서도 핵무기 개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때문에 여러 테러 단체들이 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테러 단체 대부분은 중동에서 활동하며 미국과 서방을 겨냥하고 있지만, 중국을 겨냥하는 테러단체들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현상 유지, 체제 유지를 바람직하게 생각하면서도 핵무기 개발에 대해선 우려가 아주 많습니다.

기자: 훙샹그룹의 마샤오홍 회장이 실은 랴오닝성 인민대표회의 대의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걸 보면 중국 단둥의 관련당국도 훙샹그룹과 북한 간의 거래를 묵인해왔다고도 볼 수 있죠?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중국은 부정부패가 심하고, 비리사건이 많은 나라입니다. 마샤오홍 회장이 랴오닝성 인민대표회의 대의원이었다는 것은 그가 단동에서 권력층과 관계가 좋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줍니다. 사실상 마샤오홍 회장은 처음부터 자신이 하는 대북 사업이 위험한 일임을 모를리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는 단둥 간부들과 관계가 좋았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이 하는 사업의 특징과 중국사회의 특징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입니다. 단둥 당국자들은 훙샹그룹과 북한과의 거래를 묵인했지만, 그들은 중국과 같은 커다란 나라에서 힘이 있는 세력이 아닙니다. 중앙정부는 이와 같은불법 활동에 대해서 알게 되자 조사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기자: 훙샹그룹은 북한과 중국간 전체 무역거래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회사로 알려졌습니다. 훙샹그룹의 혐의가 유죄로 확인될 경우 북중 무역에 결정적인 타격이 되지 않을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훙샹그룹 사건은 중-북 무역에 심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지만 결정적인 타격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훙샹그룹이 대북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여러 번 강조한 바와 같이, 중국 정부는 북한 경제가 심한 위기에 빠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기자: 훙샹그룹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전략물자 수출이 완전히 중단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까?

란코프: 중국이 북한에 전략물자 수출을 완전히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중국은 매우 큰 나라입니다. 북한과의 무역은 위험하지만 돈을 잘 벌 수 있기 때문에 대북 무역을 하고 싶은 중국 사업가들이 너무 많습니다. 중국 당국자들은 이와 같은 무역을 차단하려 노력해도 완전히 성공할 수 없습니다. 중국 당국의 단속으로 앞으로 북한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중국 기업이 많이 줄어들더라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훙샹그룹 대북거래 조사와 관련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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