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참석 김주애…“김정은 다음 위상” vs “후계자 단정 일러”
2023.09.11
앵커: 북한의 9·9절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 옆자리에 딸 김주애가 자리했습니다.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무릎을 꿇고 김주애에게 귓속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는데, 한국 전문가들은 김정은 다음의 높은 위상이 드러났다, 아직 후계자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등 엇갈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9일 방영한 정권수립(9·9절) 75주년 열병식 녹화방송을 보면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는 주석단 중 김 총비서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열병식을 지켜보았습니다.
5성 장군에 해당하는 북한군 최고 계급의 박정천 당중앙위원회 군정지도부장이 한쪽 무릎을 꿇고 김주애에게 귓속말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0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분석자료에서 “지금까지 북한의 간부가 공개행사에서 김 위원장 이외의 인물 앞에서 무릎을 꿇은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김주애가 아직 공식 직책이 없지만 군주제 국가의 왕족에 해당하는 백두혈통으로서 김 위원장 다음가는 위상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실장은 또 “러시아ㆍ중국 대표단이 참석한 지난 7·27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김주애를 대동하지 않은 것과 달리 중국 대표단이 참석한 이번 열병식에 김주애를 대동하고 주석단 특별석에 같이 앉은 것은 향후 김주애를 대외관계에서도 서서히 노출시키겠다는 의도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 실장은 “9일까지 북한 관영매체는 김주애의 김정은 공개활동 동행에 대해 총 16회 보도했는데 이중 13회가 군사 분야였다”며 “이는 김주애가 핵ㆍ미사일 강국 건설 정책을 이어갈 미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이른 시기부터 제왕학 수업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역대 열병식 중 처음으로 주석단 배열이 바뀐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원래 1열에는 김정은 최고지도자가 정중앙에, 그 양쪽으로는 당 중앙위 서열 순위로 배치되고 2열에는 그 밑에 있는 사람 혹은 (서열에 들어가진 않지만) VIP급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이 섰는데 이번 열병식에서는 2단에 김정은, 김주애가 앉고 6명 군 수뇌부가 디귿자(ㄷ) 형태로 포위해 앉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열병식 행사 자체가 정권 생일을 축하하는 축제적인 요소가 있는 형식으로 구성됐고 주석단 배열도 (김주애 지위 강조 등이 아닌) 그 의도를 살리는 과정에서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고 “6명 군 수뇌부가 김정은, 김주애를 디귿자(ㄷ) 형태로 앉은 모습은 백두혈통과 수령의 보위라는 상징 코드”라고 말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존의 열병식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죠. 1단에 김정은이 서지 않고 1단에 그냥 외빈과 관료들이 서 있고 2단에 김정은과 김주애가 앉고 거기 6명이 디귿자(ㄷ) 형식으로 군 수뇌부가 포위해서 앉아있는 것으로 구성이 바뀌었거든요. 인민과 국가 정권의 생일을 축하하는 이런 약간 축제적 요소 형식으로 구성했고 생활밀착형 무기들이 동원되고 주민들이 중심이 되는 그런 구성을 취한 것이거든요.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열병식에서 나타난 장면들로 당장 김주애가 후계자로 결정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백두혈통이 향후 북한을 이끌고 간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와 내부에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무릎을 꿇고 김주애에게 귓속말을 했던 장면과 관련해서도 “이례적인 것은 맞다”면서도 “백두혈통에 대한 예우를 이 정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별로 없죠. 굉장히 이례적인 것인데 그러니까 김주애에 대한 북한에서 예우, 특히 백두혈통에 대한 예우를 이 정도로 하고 있다 이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봐야 되겠죠. 그렇다고 해서 김주애가 후계자로 결정이 됐다 이렇게까지 현재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한편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8일 관영매체를 통해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 해군 동해함대 이관 사실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10일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이 장기적으로 핵추진잠수함을 목표로 하면서도 핵추진잠수함 개발의 기술적 난관 등으로 인해 당장 저비용의 잠수함 개조, 전술핵 탑재로 대체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전술핵공격잠수함을 진수시킨 의도와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한미일 대응 전략에 급하게 보강하려는 모양새 등으로 보이고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염두에 놓고 핵추진잠수함 개발 등을 구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러시아 입장에서도 북한에 (핵추진잠수함 등 잠수함 관련) 기술 지원을 하는 것이 재해권을 확보ㆍ관리하는 데 전략적으로 도움된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고 맨땅에서 (북한이) 자기만의 기술로 핵추진잠수함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