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은 봄철 모내기 전투에 전민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한 달간 분담된 농장에 나가 일해야 하는데 일부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모내기 전투에 빠지려면 돈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재 북한의 각 지역에서 노동자, 사무원, 군인, 가정주부 등 전민이 봄 모내기에 총동원되고 있습니다. 고산지대로 기온이 낮은 양강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모내기가 늦게 진행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4일 “교육성과 도의 지시에 따라 내일부터 진행되는 모내기 전투에 고급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동원된다”며 “일부 고급중학교 당국이 농촌동원에 빠질 학생은 돈을 내라고 공공연히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교육성과 도의 지시로 내일(25일)부터 1고급중학교(도 영재학교)와 외국어학원을 제외한 도내 모든 고급중학교가 수업을 중단한다”며 “학생들이 한 달 동안 자기 학교가 담당한 농장에 나가 모내기에 동원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전국 고급중학교가 한 달 동안 수업을 중단하게 되며 실제 지역별 모내기 상황에 따라 수업 재개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지난주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농촌 동원에 나갈 준비품을 알려주면서 사정이 있어 모내기동원에 빠지려면 후방물자 구입에 쓸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며 “위연고급중학교의 경우 하루에 중국돈 30위안(약 4달러)씩 계산해 900위안(약 130달러)을 바치라고 공공연히 요구하면서 학부형들 속에서 의견이 제기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농촌 동원에 가면 식량과 남새(채소)를 비롯한 부식물과 간장, 된장, 기름 같은 조미료 등 필요한 것이 많은데 이를 학생들에게 나누어 부담시키면 그러지 않아도 생활이 어려운 가정은 이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방법이 농촌 동원에 나가지 못할 사정이 있거나 돈 있는 집 아이들이 농촌 동원에 빠지는 대신 학급이 먹을 후방물자를 살 돈을 내는 것인데 일부 학교들이 받은 돈을 다른 용도에 쓰는 경우가 많아 학부형들 속에서 불만이 많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전에는 학교 당국이 농촌동원에 빠지는 학생 부모에게 미역, 기름, 간장 등 실제 부식물과 조미료를 내라고 했지만, 지금은 돈을 직접 요구하고 있는데 그 돈이 농촌 동원에 나간 아이들을 위한 후방물자 구입에 다 쓰이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일부 학부형들이 ‘아이가 아프거나 사정이 있으면 농촌동원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는데 왜 무조건 돈을 내라고 강요하는가’, ‘돈을 내고 농촌 동원에 빠지는 학생이 한두명이 아닌데 그 돈을 다 어디에 쓰는가’라며 교육부에 항의해 학교 교장이 불려가 추궁을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청진시내 고급중학교 학생들도 온성, 어랑, 길주 등 여러 지역의 농장에 농촌지원을 나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아이 담임선생은 기름, 간장, 미역 등 각종 부식물을 구입할 (한 달) 공동 자금으로 내화 8만원(약 10달러)을 내라고 했다”며 “아이에게 배고플 때 먹을 간식과 미숫가루 3kg를 준비해주었는데 이를 포함해 자체로 준비한 물품구입에 든 돈만 6만원(7.3달러)으로 아이의 농촌동원에 14만원(약 17.5달러)을 썼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14만원이면 생활이 넉넉지 못한 일반 가정이 두 달 동안 먹고 살 수 있는 돈”이라며 “우리 아이 학급에서는 생활이 어려운 6명의 학생이 공동자금을 내지 못하고 그냥 모내기에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농촌에 나가보면 동원 나온 어른들은 논두렁 정리와 논 써레질과 같은 힘을 쓰는 일을 하고 실제 모내기는 선생님이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맡아 하고 있다”며 “그러기에 영화에서 ‘농민은 지도 농민’, ‘강냉이 영양단지는 학생 단지’라는 대사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