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발사, 대미메시지 차원…내부 상황 급박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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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를 시도한 것은긴장국면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유리한 상황에서 협상을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최근 잇따라 강행하는 것은 북한 내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통일부는 3일 북한이 가용한 수단을 총 동원해 한미연합훈련 등에 대해 즉각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북한은) 담화, 탄도미사일 발사, 동서해 포사격 등 가용수단을 총 동원하고 있다”며 “한미훈련 중단을 압박하며 유리한 정세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언제든 7차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김정은 당 총비서가 여러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핵실험과 관련한 정치적 결단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 등으로 인한 경제난을 겪고 있어 이를 타개할 목적으로 최근 고강도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긴장국면을 최고조까지 끌고 간 뒤 협상을 시도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가 실패했다는 것은 완성도가 떨어진 상태로 발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북한에 유리한 환경을 하루빨리 조성하기 위해 급박하게 ICBM 발사를 강행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충분한 준비 없이 ICBM을 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에게는 한미가 협상장에 끌려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만약 이번에 미국에 메시지를 던지려 했다면 단순한 ICBM 발사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진보됐음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가령 안정적인 대기권 재진입이라든가, 다탄두 기능 등을 선보이는 것이 최선이었겠죠. (북한이) 뭔가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어 차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조만간 ICBM을 추가로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이번 ICBM 도발은 대미 메시지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도발을 통해 협상을 이어가는 전통적인 행보를 보여왔다”며 “이번에도 한미를 강하게 압박해 자신들의 의도대로 협상 국면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 정부는 북한이 원하는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고 미국 바이든 정부도 북한이 원하는 협상에 대해 소극적입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 외교의 우선순위에서 북한문제는 밀려나 있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파국이 아니라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로 돌아가 핵을 가진 상태에서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근 이어지는 고강도 도발 행위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먼저 한국의 신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미 연합훈련이 대규모 군사 실기동 훈련 방식으로 재개되자 이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중국과 대만 간의 대립 관계 등으로 국제정세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목을 끌려는 의도도 읽혀집니다.

특히 북한이 ICBM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을 감행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제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5월 북한이 ICBM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등 3발을 발사한 것에 대해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을 논의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 차원의 추가 제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정은 당 총비서가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한국 내에선 7차 북핵실험이 국제적으로 주목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서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했기 때문에 더 이상 기술적으로는 실험의 필요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대미 메시지 발신이라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 고려될 뿐이라는 겁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 때문일 것”이라며 “다만 모두가 예상하는 시점보다는 허를 찌르는 식의 핵실험으로 충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