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전 ICC 소장 “전쟁무기 제공 북한에 형사 책임 물어야”
2024.10.07
앵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은 러시아에 전쟁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북한에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김정은 개인과 북한 정부를 모두 ICC에 제소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이 주관해 7일 북한의 ‘두 국가론’에 대한 헌법적 분석 등을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북한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 형사 책임을 물을 새로운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제공한 무기가 살상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명백하다는 것입니다.
[송상현 전 ICC 소장]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범인 침략자 러시아에게 제공한 무기와 탄약이 전쟁터에서 널리 살상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BBC나 로이터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아주 명백합니다.
송 전 소장은 유엔에서 18년째 북한인권 결의안이 반복해서 통과됐지만 사실상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이제 ICC를 활용하는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 측을 제소하는 적대적 행위를 하기에는 현실적인 제한이 있는 만큼 ICC 검사가 직권으로 고소하거나,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 피해자로서 김 총비서를 고발하도록 설득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송 전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주범이 직접 침략한 러시아라면 무기와 탄약을 공급한 북한 정권은 사실관계 입증에 따라 함께 전쟁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김정은 총비서 개인은 물론 북한 정권도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ICC 검사가 수사팀을 전쟁터에 보내 충분하고 명백한 증거를 확보한다면 곧바로 김 총비서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에 김정은 총비서의 이름을 명시해 통과시키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송 전 소장은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이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하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라며, 결의안에 김 총비서 실명을 명시해 통과시킨다면 북한 지도부를 효과적으로 교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송상현 전 ICC 소장] 북한 간부들이 절대적으로 우상화된 자신들의 지도자가 국제기구인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비난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상당히 흔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리일규 전 참사 “북러 군사협력 김정은 ICC 제소 압박해야”
“북 인권 침해 가해자에 ‘법적 책임’ 추궁 체계 마련해야”
북한이 대남노선을 전환하며 내세운 이른바 ‘두 국가론’이 대한민국 헌법에 반한다는 분석도 거듭 제기됐습니다.
송인호 한동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은 이 자리에서 ‘두 국가론’이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 헌법상 영토 조항을 필연적으로 폐기 또는 축소시키며, 나아가 통일조항 폐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결국 ‘영구 분단론’과 같은 결론으로 이어져 북한 내 급변 사태 시 한국 정부가 대응하기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송인호 한동대 통일평화연구원장] 북한의 급변 사태 등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관여 및 외세 개입의 방어를 위한 중요한 헌법적인 근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습니다.
송 원장은 북한이 대남 노선을 적대적으로 전환한 상황에 한국마저 남북 간 특수관계를 포기한다면 북한의 이중적 지위 가운데 ‘평화통일을 위한 동반자 관계’는 사라지고 ‘적대적 국가관계’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정책 변화가 북한 주민들에게도 역시 충격이며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가관계 전환 논의는 더욱 신중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학교 교수는 같은 자리에서 한국 내에서도 ‘두 국가론’ 수용 주장이 나오는 현실을 지적하며,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정 교수는 “동독이 서독에 국가 대 국가 관계를 선언했지만 서독은 일방향 특수관계나마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은 통일 논의를 위한 동력을 작게라도 유지하며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