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틀째 미국 정찰기의 북한 '경제수역상공' 침범을 주장하는 가운데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도발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1일 미국 정찰기가 동해 ‘경제수역상공’을 침범했다는 김여정 당 부부장의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기자 설명회에서 “미국이 작전할 수 있는 국제수역과 공역에서 안전하고 책임 있게 작전한다는 입장 표명을 했다”며 김 부부장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특히 김 부부장이 주장한 ‘경제수역상공’, 즉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의 경우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북한 주장에 대해 분명한 우리 입장을 밝혔고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가 없습니다. 또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한미 당국은 필요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 10일과 11일 잇따라 담화를 통해 미 정찰기의 북한 침범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정찰기가 다시 침범할 경우 “단호한 행동”과 “군의 행동”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충격적인 사건 발생”도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합참은 북한이 도발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성준 공보실장은 “EEZ는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있는 곳으로 이에 대해 침범했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이를 빌미로 삼아서 도발 명분을 축적한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 실장은 북한이 주장하는 ‘경제수역’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EEZ 개념에 방공식별구역과 관련된 개념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육군 준장 출신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북한이 미국에 책임을 전가해 향후 도발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또한 문 센터장은 북한이 미국의 대북정찰 활동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실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0일 담화를 통해 “240해리 이상의 탐지반경을 가진 적대국의 정찰자산이 우리의 200해리 경제수역을 침범하는 것은 주권과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성묵 센터장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탐지 범위가 넓은 미국의 정찰 자산 활동을 조금이라도 위축시키기 위해 모호한 EEZ 개념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배타적경제수역이라는 모호한 얘기를 내놨습니다. 어쨌든 북한은 미국의 이런 정찰 행위를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자신들의 정찰위성은 실패했고 정찰 능력은 거의 없는데, 자신들은 미국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 등이 고려됐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여정 부부장이 최근 두차례 내놓은 담화를 통해 한국을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표현한 것에 대한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성명 및 담화에서 한국을 ‘대한민국’으로 지칭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국제경기 대회나 남북회담, 제3자의 발언 및 언론을 이용할 때는 북한이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사례가 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일 김성일 외무성 국장의 담화에서 한국 현대그룹 측의 방북 신청과 관련해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남북이 그동안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임을 인정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 외무성 차원의 방북 불허 담화는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대남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하고 먼 나라 가운데 하나로 여기겠다는 의도”라며 “특히 한국이 북한을 적대시 하고 미국과 밀착할수록 동족으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의도와 향후 태도에 대해 계속 예의주시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